가을 나들이객 증가, 어릴 적 식용버섯 분간 어려워

▲ 사정공원 한 자락에 독버섯이 자라고 있다.

대전 둘레산길에는 ‘버섯’이 식생한다. 정확한 이름도, 생김새도 모르는 생면부지 버섯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가 잦고 날씨가 선선한 요즘이 독버섯이 미모를 다듬기 가장 적합한 시기다.

13일 오전 9시, 보문산 자락에 있는 사정공원을 찾았다. 노란 옷을 입고 선생님을 따르는 유치원생들 틈에서 만화에서 본 듯한 귀여운 버섯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본 선생님은 “야생에서 자라는 버섯은 함부로 채취하거나 섭취하면 안 된다”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도심 공원이나 대전 인근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에는 가을을 맞아 나들이객이 몰리고 있다. 특히 대전 둘레산길은 어림잡아 1년에 60만 명 정도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독버섯이 잘 자라는 시기인지라 이를 채취 및 섭취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독버섯 종류가 90여 종에 달하고 식용버섯인지 독버섯인지조차 구분이 안 된 버섯도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버섯에 손을 대는 등산객들이 적잖다.

등산로를 따라 길을 걷던 중 숲속에서 버섯을 채취하는 한 노인을 만났다. 검은 비닐봉지에는 우산처럼 생긴 갓버섯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는 “등산로를 조금만 살펴보면 쉽게 버섯을 찾을 수 있다”며 “건강과 맛을 챙기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다행히 갓버섯은 식용버섯이다.

공원을 관리하는 한 할머니는 “최근 버섯, 밤, 산수유 등을 찾으러 오는 등산객이 많다”며 자신의 사례를 전했다. 그는 “그동안 식구들이 버섯을 좋아해 식용이지만 독성분이 소량있는 싸리버섯을 물에 담가 독을 빼 먹었다”며 “그런데 이 버섯을 먹은 가족 모두가 설사 증상이 있어 그 뒤로는 식용 버섯도 안 먹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전문가들은 식용버섯인지 독버섯인지 구분이 어려운 만큼 야생버섯은 채취해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대전시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버섯을 잘 모르는 일반 등산객들은 겁이나 따지 않지만 시골에서 자란 분들은 쉽게 따는 경향이 있다”며 “아무리 전문적이라도 독성이 있은 버섯과 섞일 수 있고 식용이라도 독이 포함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야생 버섯을 집에 가져가 물에 담가 독을 빼서 조리해 먹는 행위도 안전할 수 없다”며 “산에 갈 때에는 버섯을 건들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독버섯을 먹게 되면 현기증을 비롯해 구토, 두통,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글 ·사진=이승혁 기자 lsh7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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