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내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조례를 둘러싼 충남도의회의 오락가락 행보는 지방의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금 보여준 사건이었다. 감사 중복 등의 부작용과 폐단을 이유로 없앴던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3년 만에 독단적으로 부활해 놓은 것도 모자라 일선 시군과 공무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3개월 만에 슬그머니 꽁지를 내린 것은 지방정치의 하류 코미디였다.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과 반목, 불신만 잔뜩 키워놓은 지역발전의 저해행위이기도 했다.

시군 행정사무감사 부활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도의회가 지난 2014년 중복감사로 인한 부작용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폐지시켰던 행정사무감사를 3년 만에 부활시키는 데 따른 명분과 설득력이 부족했다. 도지사가 시장·군수에게 위임한 사무가 682건에 이르고 도에서 지원하는 예산만 국비 2조 3000억 원, 도비 5800억 원 등 총 3조 원에 달해 공정한 예산 집행과 권한 남용 여부에 대한 감사는 필요하다는 게 행감 부활의 명분이었다. 행감을 통해 일선 시·군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향상될 것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런 필요성은 행감 부활에 맞춰 갑자기 대두된 것이 아니라 행감 폐지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행감을 폐지시켰던 것은 부작용과 폐단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 였다. 그런 행감을 3년 뒤에 식상한 명분을 앞세워 뜬금없이 부활시킨 것은 도의회의 자가당착이다. 그렇기에 감사 당사자인 시군과 공무원들의 반발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행감이 폐지되기 이전의 상황을 경험했던 시군과 공무원들은 행감 부활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 도의회의 주장대로 시군 행정의 투명성 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의원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정치적 복선이 깔린 술수로 인식하고 있다. 행감을 무기로 시군과 공무원들을 길들임으로써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지역구 장악력을 높여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부활하는 과정은 독단적이었다. 도의회가 충남도와 도교육청 등 각 기관들에게 누누이 주문해 왔던 소통은 헛구호에 불과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고 여론 수렴 과정도 전혀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생각에 매몰돼 밀어붙이기로 통과시켰을 뿐이다.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1년간 유보한 속내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행감 부활 이후 일선 시군과 공무원들의 극렬한 반발도 작용했겠지만 실제로는 얼마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적인 득실을 따져 유보를 결정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악화된 여론도 여론이려니와 당장 도의원들이 확보한 지역개발사업비를 일선 시군에서 받지 않아 자신들의 치적 쌓기가 어려워졌으니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 우스운 것은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유보시키는 이유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를 내세운 점이다. 평온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니 옹색함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부활 3개월 만에 유보 결정을 내린 행감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도의원들의 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의 포기와 다름없다. 명분도 실리도 잃고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으로 사회적 분열과 의회 불신만 키워 놓았다. 얻은 것 하나 없이 헛걸음만 한 꼴이다. 세밀하게 따져 법을 만들어야 할 입법기관이 몇몇의 주장에 편승해 아무 생각 없이 시행되지도 못할 법을 통과시켰으니 법을 놓고 장난쳤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으니 이런 인물들을 대변자로 뽑은 도민들의 한숨은 깊어간다.

사회적 분열과 갈등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만을 채우려 했던 도의회의 행태는 반드시 단죄돼야 한다는 게 도민들의 생각이다. 모든 행위의 피해자는 결국 도민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도민들을 기만하고 법을 농락한 자들을 심판하기 위한 칼날을 한껏 세우고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남은 임기 사심을 버리고 대의기관으로서의 진정성 있는 의정활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도민들의 준엄한 심판에서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심판의 날은 불과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석호 <내포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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