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비펜트린 등이 발견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지만 살충제 달걀 파동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3일 적합판정 농가에선 살충제 달걀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정부의 전수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던 농장에서 또다시 살충제 달걀이 나온 거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서울시가 시중에 유통한 달걀을 수거·검사한 결과 경기 여주 안병호 농장에서 생산한 ‘맑은 계란(난각코드 08 계림)’에서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돼 전량 회수·폐기 조치한다고 밝혔다. 이 달걀에선 비펜트린이 기준(0.01㎎/㎏)을 4배 초과한 0.04㎎/㎏ 검출됐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가의 달걀을 추적해 유통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장에 있는 달걀을 전량 폐기할 예정이며 적합 농장을 포함한 전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오는 12월까지 불시 점검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의 불신은 높아진 상황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살충제 달걀 파동이 한 달 동안 이어지자 달걀 소비가 급감했고 이에 따라 가격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4일 기준 30구 달걀(특란) 한판 가격은 전국 평균 5637원이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불거지기 한 달 전 평균 달걀값이 748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00원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소비자의 달걀 기피 현상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대전 중구에 사는 주부 정 모(57) 씨는 “달걀 가격이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구매하기가 꺼려진다”라며 “계속해서 살충제 달걀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정보가 나올때까진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적합 판정을 받은 달걀만 시중에 유통하도록 조치했지만 이미 정부의 살충제 달걀 조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달걀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대전의 한 롯데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박 모 씨는 “달걀 가격이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근 달걀 판매량은 반 토막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살충제 달걀 조사에 관한 정부의 허술한 관리에 대해 계속해서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살충제 달걀 기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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