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스파르타 1편

▲스파르타 하면 영화 '300'이 떠오르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그리스에 있는 300의 주인공 사자의 아들, 레오니다스 동상

◆스파르타(Sparta)의 몰락

스파르타가 망한 이유는 뭘까. 전쟁에 져서? 그렇지 않다. 스파르타가 멸망한 건 다름 아닌 저출산 때문이다. 전성기를 채 300년 구가한 시점에 와서 인구는 1000명이 고작이었다. 한때 8000명을 넘어섰던 전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함부로 스파르타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 사회였다고 해도 강한 전사를 낳는 게 결혼의 목표였던 바로 그 땅에서, 이것이 무슨 조화였을까.

스파르타는 계급사회였다. 철기를 가지고 진출한 도리아인(Dorians)들은 스파르티아타이 계층이 됐고 이들은 이 사회의 최상층이었다. 자유민이었지만 정치엔 참여할 수 없는 페리오이코가 있었고 노예 헤일로타이가 존재했다.

아이를 낳으면 일단 건강을 체크해 미숙하거나 장애가 있으면 가차 없이 버려졌다. 또 여성은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으면 죽임을 당했다. 그렇게 일곱 살이 되면 청년이 되는 스무 살까지 기나긴 아고게(Agoge)라는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다. 교육비는 당연히 개인부담이다.

결혼을 해도 생활은 군대막사에서 했고 식사도 물론 집단으로 함께 먹었다. 그 비용조차 개인이 내야했던 것은 물론이다. 스파르티아타이는 제 돈으로 군인이 되고 전쟁에서 죽어간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저축할 일이 없었다. 돈을 벌지 못해도 교육비와 스파르타 시민으로서의 단체생활 유지비는 지출해야만 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시민권은 박탈당했다. 이렇게 사회복지라곤 없는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에도 벅찼던 스파르타의 사람들은 시민권을 잃을까 두려워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출산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인구 수는 큰 폭으로 줄었고 노예의 수만 그 20배에 달하게 됐다. 노예의 반란은 사회의 불안함을 조장했고 그럴수록 폭력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테베의 도발에 노예들이 가세하며 불멸의 스파르타는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졌다.

어째 우리나라랑 똑같을까. 사교육비, 품위 유지비도 아니고 기초생활비가 벅차 양껏 과일 조차도 먹을 수 없다. 조금만 담아도 2만 원이 훌쩍 넘어 버리고 어떻게 보면 김밥천국이 효자인 셈이다. 우리도 그렇게 망하는 걸까.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돼있는 스팀팔 호수의 새들을 죽인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Hercules)의 모험

스파르타는 헤라클레스를 주신으로 모셨다. 적은 수의 시민이 수많은 노예와 거주민을 지배하기 위해선 무력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만큼 신화 세계에서 전투력으로 가장 강한 인물은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테바이(Thebai)를 침범하는 오르코메노스(Orchomenos)를 없애줬다. 그러자 크레온(Creon) 왕은 자신의 딸 메가라(Megara)와 헤라클레스를 결혼시킨다. 이들에겐 곧 세 아이가 태어났고 그 감사함에 제우스(Zeus)를 극진히 섬기게 됐다. 이를 지켜보던 헤라(Hera)는 얄미운 헤라클레스를 미치게 만들었다. 돌아버린 헤라클레스는 결국 부인과 자식들을 죽이고 아버지까지도 죽이려고 했다. 이를 테세우스(Theseus)가 돌을 던지자 그제야 헤라클레스는 정신을 차렸다. 겨우 제 정신이 들었지만 이미 제 손으로 가족을 몰살한 뒤였다. 그가 죽인 사람은 처자식뿐만이 아니었다. 친구, 행인, 다른 동네의 왕자까지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하긴 선생을 죽인 전력이 있던 그가 아닌가.

아무리 지켜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헤라클레스였다. 매번 헤라를 핑계로 그 때는 잠깐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정말 믿어줘야 할까.

헤라클레스의 만행은 시간이 갈수록 선행보다 곱절이 많아졌다. 여성 편력도 장난 아니었던 건 물론이었다. 그럼에도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건 바로 그의 월등한 능력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들이 막아줘도 그의 본성은 결코 가려지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의 영웅들은 영광과 상처가 한 몸이었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作-네르네의 히드라와 싸우는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는 실제인물로 간주되기도 하는데 역대급 해결력을 보였던 이유에서다. 이렇게 천둥벌거숭이 같은 그는 처자식을 죽인 죄로 미케네 왕의 노예로 끌려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헤라클레스에게 왕권을 빼앗길까 두려웠던 칠삭둥이 에우리스테우스(Eurysteus)는 그를 죽일 생각으로 열 가지 과업을 명한다. 사실 첫 번째 과업에서 죽길 바랐지만 헤라클레스는 이를 모두 클리어하고 돌아왔다. 그러자 이번엔 두 가지는 도움을 받았다고 우기며 다른 두 가지를 추가했다. 보통 헤라클레스가 힘 좋은 건 기억하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일단은 쉽게 기억해보자.

1. 무기 찾기 – 네메아(Nemea)의 사자가죽, 히드라(Hydra)의 독 바른 화살

2. 농사 - 사슴, 멧돼지, 외양간 청소, 새 떼

3. 동서남북 적 – 크레타(Crete) 황소, 사람 먹는 말, 아마조네스(Amazones) 허리띠, 게리온(Geryon)의 소

4. 세상 끝, 지하세계 - 황금사과, 케로베로스(Cerberos)

무기를 구한 후 먹거리를 안정시키고 사방의 적을 해치우며 마지막으로 세상 끝과 지하세계까지 가서 그리스를 천하무적으로 만들었다. 이러니 여자 좀 많이 울렸다고 해도, 사람 좀 죽였다고 해도 실수로 감추고 띄워준 것이었다. 사고가 날 때마다 헤라의 질투로 벌어진 상황인 것 마냥 덮어줬다. 어차피 헤라의 좋지 않은 이미지는 남편이 낳아 온 아들 괴롭힌다고 더 나빠질 것도 없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의 뜻은 어이없게도 ‘헤라의 영광’이다.

글·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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