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독자 교통정책의 힘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오는 2025년 대전도시철도 2호선인 트램이 도심 위를 달리고 앞서 2022년이면 충청권을 아우르는 충청권광역철도가 달리기 시작한다. 이는 대전의 대중교통체계가 완성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대중교통이 운행하게 됨에 따라 이를 통합해 관리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고 도시철도 1호선은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운영 중이다. 각각의 운영주체가 다른 상황. 여기에 트램과 충청권광역철도까지 가세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대전교통공사’ 설립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말이다. 이에 본보는 교통공사 설립의 필요성과 해외사례를 통해 어떤 형태의 교통공사가 왜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상. 대전교통공사 필요성 대두<9월 17일자 기사보기>
중. 해외 교통공사 사례
하. 해외 사례로 본 시사점

 

대전시가 제대로 된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전문가들이 교통공사 설립을 꼽는 이유는 컨트롤 기능에 있다. 현재와 같이 관공서 일부 부서가 맡아 운영하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교통수단 별 특성 등을 감안할 때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관리시스템, 그것이 해외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교통공사 형태의 기관을 설립해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구축한 이유다.

◆런던 TFL

런던 TFL(Transport for London)에는 교통보험사, 교통연기금사, 교통운영사로 구분되는 3개의 자회사가 있는데 이 중 교통운영사 산하에 각 교통수단별 7개 회사가 자회자로 배치돼 있다. 버스는 30개 민간회사와 노선입찰제, 지하철과 교외철도 15개 회사 등으로 구성됐다. 특이한 것은 TFL이 ‘도로’에 대한 관리와 함께 ‘4600여개’의 교통신호등에 대한 운영, 교통카드 운영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TFL이 대중교통과 관련된 통합적인 기관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재정은 크게 요금수입과 보조금으로 구분되며 이중 51%가 요금수입이고 48%가 중앙정부 지원금, 1%가 런던시 보조금이다.

지난해 기준 결산에 따르면 전체 TFL의 예산은 1억 400파운드 정도의 수입이 있었고 이중 4800만 파운드는 요금 수입이고, 2400만 파운드는 보조금이며, 2100만 파운드의 대출 및 현금자산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영국교통부는 지난 2013년 기존의 대중교통에 대한 요금지원 정책을 오는 2018년까지 폐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TFL이 앞으로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요금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교통에 대한 사회 정책적 인식이 높다는 것과 함께, 중앙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TFL이 독립성과 독자적인 교통정책을 구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런던시장은 올해 신년 담화에서 2020년까지 요금 동결을 선언했고 대신 디젤차량에 하루 8파운드 정도 되는 독소세(toxicity tax)를 거둔다는 방침을 곁들였다. 물론 독자적인 세금을 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형태였지만, 그 만큼 대중교통정책에 있어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정책 정체성과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독소세는 공기질 대책이기도 하며 이 점은 현재 경기도 등 일부 지방정부와 국토교통부에서 추진 중인 광역교통청에 대한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파리 RATP

파리시 대중교통기관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STIF다. RATP(파리대중교통공사)가 STIF와 직접적인 계약방식으로 파리광역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영국 TFL이 사실상 교통을 전담하는 행정기관으로서 개별 운송기관과 계약하고 있는 반면, 파리의 경우에는 STIF와 별개로 RATP라는 통합적인 대중교통 운영기관이 별도로 설립돼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STIF의 위상 변화다.

2005년 기존 중앙정부에서 직접 STIF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중앙정부에서 광역지방정부인 일드-프랑스로 지원하고 이를 다시 일드-프랑스가 STIF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는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일련의 지방분권화 조치 중 하나였으며 대중교통정책 권한 역시 지방정부에 맡기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에서 일드-프랑스로 보조금을 지급할 때는 세부 항목이 정해진 보조금이 아니라 총규모가 특정된 포괄재원을 지원한다. STIF는 파리대중교통공사(RATP), 프랑스국철(SNCF), 버스협회(Optile) 등과 계약을 하고 있다. 파리 광역권의 대중교통정책을 관장하는 STIF 재정에서 특이할 만한 것은 광역교통세와 회원 기여금이라 불리는 각 교통수단별 이익금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회원기여금은 파리대중교통 운영기관 중 민간회사가 납부하는 기여금으로 이는 파리시 지하철과 버스의 직영·민영 구조가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는 특징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STIF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별도의 독립적인 재원구조가‘세금’을 통해서 확보된다는 점이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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