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갑뿐 아니라 서울 노원병·송파을도 출마지로 거론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충남 천안갑)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며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이미 올라있는 안희정(52) 충남지사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대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는 안 지사가 박 의원이 낙마할 경우 무주공산이 되는 천안갑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9월 19일자 6면 등 보도>

20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2015년 10월 홍성 용봉산에서 충남도당 당원 단합대회를 열어 선거구민 750명을 상대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대법원 최종심에서도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와 맞물려 안 지사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의 시계가 6·13 지방선거를 향해 움직이면서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안 지사가 어떤 식으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모색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선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이다.

3선 도백(道伯)보다는 중앙 무대로의 진출에 무게를 두는 안 지사가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고, 지역구로는 박 의원이 낙마 위기에 내몰리면서 천안갑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의원직에서 사퇴하며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안 지사 측근들 사이에선 ‘충남이냐, 서울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석이 1석 늘어난 천안은 현재 3개 선거구 중 2곳(천안을-재선의 박완주, 천안병-4선의 양승조)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20대 총선에서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에 내준 천안갑마저 만약 안 지사가 접수(?)한다면 충남 수부도시 천안은 민주당의 공고한 아성이 된다.

반면 충남을 텃밭으로 한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안 지사가 수도권에 기반을 둔 전국적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꾀한다면 서울 노원병이나 송파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송파을에는 원외 인사인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출마설도 있어 안 지사가 이곳에 출마한다면 여야 거물들의 ‘빅매치’가 성사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국회의원 재·보선보다는 추미애 대표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치러질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물론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어서 상황이 어떤 식으로 급변할지 알 수 없고, 안 지사가 중앙 무대 진출 의지를 접고 3선 도지사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쉽사리 그의 향후 행보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안 지사가 내년 이맘 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원내에 입성해 있거나 여당 대표직에 앉아있을 수도 있고, 이도저도 아니라면 야인(?)으로 남아 훗날을 도모할 수도 있는 만큼 “연말까진 도정에 전념하겠다”라는 그가 내년 초 어떤 결단을 내릴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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