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연 시사평론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국가안보가 위기상황이라면서도 MBC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한다는 명분 아래 정기국회를 보이콧 했다. 항간에는 김 사장이 자신이 무너지면 보수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니 자신을 지켜달라고 한국당 지도부에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보도의 공정성이 훼손됐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지금 양대 공영방송 KBS와 MBC가 동시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방송사 노조는 김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당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는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한다. 노조원들이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언론탄압이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인데, 언론노조가 언론을 탄압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즉 노조가 경영진을 탄압하고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것인데, 사측이 노조를 탄압한다는 애기는 들어봤어도 노조가 사측을 탄압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노조원들이 그렇게 힘이 있는 존재였는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탄압받고 해직된 기자와 PD 등을 누가 탄압했다는 것인지, 한국당 지도부에 되묻고 싶다.

이명박·박근혜 집권기에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가 후퇴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국당 지도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당 의원들은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인가? 극우보수와 일부 친박단체를 대변하고 옹호하는 한국당 의원을 더 이상 국민의 대표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반성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없는 한국당은 친박 청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당의 혁신을 거론하고 있다.

애초부터 보수가 혁신을 한다는 것은 듣기 좋은 구호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김장겸 사장이 한국당 지지세력인 극우보수와 친박단체의 대표라도 된다면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도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보이콧을 결정했다면 홍 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은 김장겸의 하수인임에 틀림없다. 참으로 김장겸의 권력이 대단하지 않은가? 그 콧대 높은 홍 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을 자신의 부하 직원 부리듯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그가 극우보수세력의 서열 1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공영방송을 파괴하고 언론의 공공성을 망친 장본인을 옹호하고 지키겠다는 한국당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는 것 같다. 한국당이 언론탄압이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한국당이 이 모양이니 건전한 보수세력의 지지도 못 받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광우병 사태에 놀란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미디어법 등 방송장악과 공영방송 길들이기를 위해 최측근 인사 최시중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하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됐다. 어느 순간부터 언론사의 고유기능인 정부 비판 시사프로그램이 공영방송에서 폐지되기 시작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광우병 문제를 제기한 MBC ‘PD수첩’ 제작진은 대부분의 PD와 작가 등이 부당해고됐고, 이명박 정부 주도의 소송에 휘말렸다. 그 무모한 소송은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제는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무너진 공영방송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과 보도 편성의 자율성 등 보도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양대 지상파 방송사의 지배구조도 개선돼야 한다. 영국의 BBC나 호주의 ABC처럼 정권과 관계없이 독립적이고 언론보도의 공정성이 담보되도록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특정 정권이나 정치세력의 것이 아닌 국민의 방송이 돼야 한다. 현재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인, 야당 추천 4인, MBC 방송문화진흥회는 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절대적으로 집권당과 정부에 유리한 구조다. 이 기회에 KBS와 MBC의 지배구조를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고 경영진 인사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회에 시민단체와 방송사 노조 구성원 등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은 제4의 권력으로 불리기도 한다. 잘못 사용된 언론권력으로 인한 피해는 막심하고 되돌리기 힘들다. 정치 편향적인 보도와 공정성이 훼손된 방송의 피해는 국민과 국가에 불행을 가져다 줄 뿐이다.

공영방송 KBS와 MBC가 더 이상 정권의 나팔수나 홍보수단이 돼선 안 된다. 언론의 본질은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KBS와 MBC의 동시파업이 대한민국 언론 민주주의 회복과 언론개혁의 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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