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고향 찾은 손님·관광객들 깨끗한 유성 보며 포근함 느끼길"

▲ 대전 유성구 장명교 일대에서 이원구 부구청장과 지역주민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유성구 제공

20일 오전 대전 유성구 장명교에서 한 할아버지가 바닥에 붙은 불법 스티커를 연신 문지르고 있었다. 굽힌 허리를 펼새도 없이 하나를 떼면 또 하나를 떼고 연신 바닥에 달라붙은 스티커를 제거했다. 내 집 청소를 하듯 정성을 들이는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유성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천을 따라 쓰레기를 줍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유성구의 추석맞이 대청소 풍경이다. 이날 대청소에는 스티커를 떼던 할아버지를 포함해 구민 1500여명이 손을 보탰다.

봉명동 인근 유성천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숙박업소들이 자리하고 하천에선 악취가 풍겼으며 새벽에 몰래 버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온 환경사각지대였다. 요즘 유성천은 누가 봐도 깨끗한 하천 본래의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상전벽해같은 변화는 온천 1·2동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꾸준히 청소를 한 덕분이란다.

늘 그렇듯이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버리는 사람 따로 있는 법이다. 깨끗해진 유성천 주변도 그랬다.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수풀 사이로 수북이 버린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돌과 돌 그 작은 틈에 기술적으로 담배꽁초를 버린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아슬아슬하게 다리를 벌려 바위에 올라 집게로 쓰레기를 끄집어내는 한 주민을 만났다. 온천1동 통장 김태석(78) 씨였다. 김 통장은 “집에서도 이렇게 쓰레기를 숨겨 놓을까 싶을 정도로 비양심적인 시민이 많다”며 “같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가지고 온 쓰레기는 집에 가져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물들의 배설물도 골칫거리다. 이날 군데군데 동물들의 배설물을 치우는 수고는 주민들의 몫이었다. 시민들이 반려견과 함께 하천변을 산책하며 배변봉투에 변을 담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탓이다. 다리 밑 예쁘게 그려 놓은 벽화는 온갖 낙서들로 흠집이 나 있었다.

대청소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분리되지 않은 음식물 등이 뒤섞인 쓰레기 뭉치였다. 이를 치우는 주민들의 얼굴 표정이 순간순간 일그러져 보이기도 했다.

수많은 유성 주민들이 대대적인 동네 청소에 나선 것은 추석을 맞아 깨끗한 고향을 자랑하고 훈훈한 명절을 보내고 싶은 순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청소하는 내내 주민들의 얼굴은 밝았다.

한쪽에서 ‘자연보호’라고 적힌 노란 조끼와 모자를 쓴 어르신들이 곳곳을 누비며 쓰레기를 찾고 있었다.

한 어르신이 이미 넘친 봉투를 꾹꾹 눌러 쓰레기를 우겨 넣고 있다. 어디서 그 많은 쓰레기가 나왔는지 싶지만 주워도 주워도 쓰레기는 끝이 없다. 어르신 자원봉사모임 차명호(82) 회장은 “하천 청소를 하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내 고향을 찾는 손님들에게 깨끗한 이미지를 선사해 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원구 부구청장은 “추석 명절을 맞이해 하나의 전통으로 내주까지 11개 동 주민과 각 단체가 참여해 대청소를 실시한다”며 “전체적으로 하천 주변을 청소해 고향을 찾는 손님과 관광객들이 깨끗한 유성을 보고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혁 기자 lsh7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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