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넘어 세계로…취임 1년 제임스 저드 대전시향 예술감독·상임지휘자를 만나다

“시민의 자긍심으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만들겠습니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선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무슨 이유에서일까라는 의문이 뒤따랐다. 그가 대전시향을 선택한 이유는 가능성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그것만 믿고 1년을 달려온 지금, 대전시향은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29일 취임 1년을 맞이하는 제임스 저드(사진) 대전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20일 만났다.

그는 지난 1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와 시민의 무한한 신뢰 덕분에 시향이 단계적으로 도약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한 해였다고 자평하던 그의 얼굴에서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끝이 아니기에 또 다른 1년을 준비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지금까진 공연 연습도 열심히 해왔지만 하나 된 하모니 섹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강도 높은 훈련들을 진행해왔습니다. 앞으로 남은 1년은 우리 시향이 세계에 내놔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단단한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한 걸음을 또 내딛어야죠.”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지만 그에게 소통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음악은 음악으로 통한다는 그의 말처럼 음악적 용어 안에선 표현이나 연습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또 다른 소통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언어가 아니라 선율에서 오는 느낌과 감정으로 교류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이유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소통능력이 중요합니다. 음악은 언어로 평가받는 게 아닙니다. 한국이든 해외든 결국 음악을 듣고 느끼는 반응은 똑같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한국어를 잘하고 못하고가 큰 문제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규모 있는 문화예술공연을 접할 기회가 없는 지역민들을 위해 내년엔 좀 더 다채로운 행사들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제임스 리드의 머릿속엔 이미 2018년, 시향을 이끌 계획들로 가득하다. 특히 협연자와 지휘자 스케줄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한 해의 전체 프로그램을 정하고 각 공연별로 특별 게스트를 초청해 공연의 질을 대폭 향상시키는 게 내년 그의 목표다.

“앞으론 시향이 관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기존의 공연 이외에도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싶어요. 올해 우리 시향이 유럽과 서울 공연을 펼치며 그동안의 선입견을 깨고 동양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넘어섰다는 세간의 평가를 한때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죠.”

이미 눈과 귀가 내년을 향해 있는 제임스 리드의 목표는 오늘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부상한 대전시립교향악단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통역=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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