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친구들이 등록금으로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항상 안타까워 했다. 그런 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장학금 기탁을 결심했다. 아들은 비록 고인이 됐지만 이런 기부가 후배들에게는 조그만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 가족들의 바람이고,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는다면 새로운 자식을 얻는 기분일 것이다.”

최근 아산 순천향대를 방문한 고(故) 정호석 의과대학 동문의 부친인 정창재(사진 右에서 두 번째) 씨가 고인의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서교일 총장에게 장학금 1억 원을 전달하며 남긴 말이다.

의학과 95학번 고 정호석 동문은 인천시 계양구에 위치한 박촌메디스의원을 개원해 의료활동을 펼치다 폐렴증세 악화로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에서 입원치료 중 지난 4월 13일 안타깝게 사망했다.

고인의 동기인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신동성 교수는 “성격이 좋았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잘 웃고 교우관계에 있어서는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하고 “의과대학 시험은 워낙 분량이 많다보니 소위 귀한 시험족보나 개개인이 정리한 족보는 서로 안 보여주기도 하고 몰래 친한 사람끼리만 보기도 하고 했는데, 본과 시절 정호석 선생이 자신이 정리한 족보를 학우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복사실에 갔다놨다. 정원보다 많은 학우들 공부하고 있지만 모두 함께 진급하자는 거였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정호석 선생은 우리 동기들에게는 항상 웃음과 즐거움을 전파시키는 그런 친구였다”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정창재 씨는 아들의 부천병원 입원 당시 담당 의사분들과 동료들이 많은 응원과 격려의 힘을 쏟아주던 노력에 큰 감동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후배들에게 쓰일 장학금 기부가 평소 고인이 갖고 있던 남다른 유지라고 생각하고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다른 후배사랑에 대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유가족의 결심은 부친인 정창재 씨가 가족의 뜻이 모아지자 서 총장에게 서신을 띄워 알렸고 가족들은 1억 원 외에도 3000만 원의 장학금을 추가로 전달했다.

서교일 총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학의 후배들을 위해 뜻 깊은 나눔을 보여주신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우수인재 양성에 힘쓰는 순천향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순천향대학교는 대학차원에서 기부자에 대한 숭고한 예우와 유지를 기리기 위해 향설생활관 1관 112호실을 ‘정호석 음악실’로 명명했다.

아산=이진학 기자 ljh1119@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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