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멋쟁이, B.A, 머독…

진정한 미드(미국드라마)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다. 80년대에 국내 드라마들이 많이 제작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중파에서는 미드를 방영했고, ‘브이’ ‘원더우먼’ ‘맥가이버’ ‘전격 Z작전’ ‘육백만 불의 사나이’ 등의 드라마가 익히 명성을 날렸다.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방영한 ‘A-특공대’ 역시 80년대에 꽤나 인기를 끈 미드 중 하나였다. 매회 에피소드는 ‘1972년 무죄를 주장하며 감옥으로 보내진 베트남 특공대원 유닛 멤버들이 엄청난 경계를 뚫고 LA 지하로 잠적해버렸다. 현재까지 그들은 정부의 추적을 받고 있지만 생존해 있는 상태다. 당신에게 생긴 문제를 아무도 도울 수 없다면 이들 A-특공대에게 문제를 요청해라’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네 명의 캐릭터-한니발, 멋쟁이, B.A, 머독-의 사건 해결을 다루는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고,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쯤 되니 현재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할리우드가 이 소재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나 보다. ‘A-특공대’는 지난 10일에 개봉해 예매율 3위(CGV 13일 집계)를 기록하며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80년대의 미드를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기본 스토리= ‘A-특공대’는 그들의 탄생 배경과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되면서 누명을 벗기 위해 겪는 활약상을 기본 스토리로 하고 있다. 영화의 오프닝은 멕시코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임무 수행중인 한니발(리암 니슨)과 멋쟁이(브래들리 쿠퍼)는 B.A(퀸튼 잭슨)과 머독(샬토 코플리)의 도움을 통해서 탈출에 성공해 임무 또한 성공적으로 끝내게 된다. 그리고 8년 뒤, 이들은 A-특공대라는 팀을 꾸려서 뛰어난 작전 능력을 펼치는 존재가 됐다. 이들에게 새롭게 닥친 임무는 바로 이라크의 불법 조직이 가지고 있는 화폐 동판을 탈취해오는 것. 이들의 놀라운 작전 솜씨로 인해 탈취는 무사히 이루어지지만 음모에 의해 동판을 잃어버리고 그들의 상관인 장군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누명을 써 감옥에 갇히게 된다. 6개월이 지나 이들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차례차례 탈옥에 성공하며 동판을 되찾기 위해 독일로 향하게 된다.▲막가파식 액션= 정말이지 영화의 스토리는 몹시 단순하기 그지없다.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누명을 쓴 특수 작전팀이 진실을 파헤치게 되는 내용’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액션장면이다. 소위 말하는 예전 액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막가파식’액션이 바로 그것이다. 오프닝부터 영화는 쉴새없이 총격전과 폭발장면이 나와 ‘공중 곡예하는 헬리콥터’등 말도 안되는 장면을 연속해서 보여준다. 그 장면을 논리로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화끈한 것만큼은 일품이다.▲매력적인 캐릭터=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내세우는 것은 캐릭터 부분이다. 영화 속 중심인물인 4명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작전을 명령하는 묵직한 캐릭터는 한니발, 비주얼은 멋쟁이, 나사가 빠진 듯한 정신 사나움은 머독, 그와 함께 B.A는 유머를 담당한다. 이들 캐릭터들의 특징은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없으면서도 각자의 매력을 선보인다. 초반부에는 다소 정신 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점차 익숙해지는 것은 바로 이 영화가 서로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 안에서 원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 또한 이들 캐릭터에 있다. 영화 속 캐릭터는 의상과 머리까지 원작 드라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시대가 지난만큼 영화 속의 캐릭터가 훨씬 더 세련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원작처럼 이들 또한 막가파식 액션을 선보이며 총을 쏴대며 소리를 질러댄다.▲마초적 분위기 여전= 사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원작 미드와 비슷하다. 다만 원작의 캐릭터들이 ‘차를 타고 돌진하고 총을 쏘는’ 기본적인 액션을 선보였다면,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좀 더 큰 스케일을 선보인 채 진실을 찾아 헤맨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원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사나이들의 우정과 총격장면’이라는 일종의 마초적인 분위기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드러난다. 미드를 보면서 사람들이 열광했던 부분이 바로 그러한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요즘의 미국 드라마가 ‘세련된 플롯 구조와 사건 전개’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그 시절의 드라마의 특징은 그것과 반대되는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으니 말이다.▲빈약한 스토리, 지나친 CG= 하지만 이 영화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 바로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의 장점은 매력있는 등장 캐릭터들과 통쾌하고 신나는 액션 시퀀스(sequence;영화에서 연속성 있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는 장면)가 영화 내내 펼쳐진다는 점이지만, 영화의 스토리를 덮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액션 장면들은 무척이나 재밌고 즐겁지만 스토리가 없는 탓에 영화의 중반부에서는 폭발장면이 다소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액션은 영화 속에서 가장 스케일이 크고 즐겁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CG도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영화의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서 남용된 CG는 분명 짜릿함을 제시해주기도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그 CG가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만화 같은 팝콘 무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A-특공대’가 재미있는 액션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만약 본인이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가 종횡무진 했던 90년대의 액션 비디오를 즐겨보고 좋아했다면 이 영화는 무척이나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반대로 너무 과장된 액션과 CG가 지겹고 스토리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말이다. 종합해보자면 영화 ‘A-특공대’는 이렇다. ‘만화 같은 팝콘 무비의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 이것이 바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네이버 파워블로거 링링 blog.naver.com/funnyfun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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