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지난 수년간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의 진위여부로 적잖은 혼란과 진통을 겪었다. 국가기관의 결론은 이 금속활자는 증도가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문화재 지정 신청된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 101점에 대한 문화재청의 지정 조사 과정에서 해당 금속활자는 증도가자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고 공개검증까지 마무리됐다.

이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진상을 파악하고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는 일은 사법기관이 맡아야 할 중요한 책무일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수사의지 부족을 지적한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유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대전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이 같은 비판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난 2015년 대전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유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를 비롯한 금속활자의 입수 경위 확인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서는 등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 2014년 12월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용역 보고서에 ‘증도가자 101점, 청주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 7점, 국립중앙박물관 금속활자 1점 등 109점의 활자는 모두 고려시대 활자’라고 적었지만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청주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 7점은 위조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터였다.

증도가자의 진위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관련 수사를 맡은 대전청 지수대에 거는 세간의 기대는 컸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증도가자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긴 시간 수사 끝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비단 수 명의 혐의자들에 대해 일부 기소의견, 일부 불기소 의견(혐의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수사 과정이 튼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 아쉬움으로 인해서다. 대전청 지수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문화재청에 협조를 구하는 모습은 거의 엿보이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의 “대전청 지능수사대는 증도가자 문화재지정신청 결과나 공개검증 등에 대해 관련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말에서 그 단면이 읽힌다. 또 국과수에 과학적 분석도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이 국과수 등을 조사(분석)에 참여시켜 문화재 지정 신청된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 101점이 증도가자가 아닌 것을 치밀하게 밝혀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경찰이 지난 4월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아직 기소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타 지역 검찰이 여전히 수개월째 자료검토와 수사를 진행 중인 상태다. 무엇 때문일까. 모 지검 관계자는 “(대전 지수대의 수사가 미진했는지는) 말하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현재 수개월째 사건을 검찰이 붙잡고 있는 이유는 복잡한 내용에 대한 자료 검토와 함께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 모두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문화재청에 협조나 국과수에 분석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청 지능수사대는 최근 조달 단가를 높여 수백억 원을 챙긴 업자들을 검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백억 원을 챙긴 혐의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불구속 입건에 그치고 마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일련의 일들은 지수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통은 필수적이지만 언론일원화 창구인 지능수사대의 관계자는 상당수 언론의 전화를 받지 않은 지 벌써 수개월째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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