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지방자치단체 청사 엘리베이터 앞에 “장애인용이므로 일반인은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건 아닌데…’싶은 생각에 그곳 청사에 갈 때마다 확인을 해보지만 그 문구는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붙어 있다. 누군가 지적을 해서 고쳐졌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가보지만 기대는 기대에서 머물고 만다.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적은 문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념의 부족에서 비롯된 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애인이 그 문구를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을 생각해보면 아찔하기 짝이 없다. 장애인은 일반인이 아니라는 의식을 갖고 작성한 문구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 문구를 작성한 이가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인원이 드나드는 시청사 중앙현관 바로 옆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에 부착한 부적절한 문구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 아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문구에 기록된 ‘일반인’이란 표현은 ‘비장애인’으로 고쳐야 한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일반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반대말이 일반인이라면 장애인은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 된다. 그들은 그저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을 뿐 일반인과 구분되는 존재가 아니다. 지적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장애가 있을 뿐이다. 그들도 일반인이다. 그들이 일반인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90년대 중반 기자 초년생 시절 신문기사에 ‘장애자’라는 표현을 썼다가 호되게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는 ‘장애자’란 표현이 일반적으로 쓰일 때였지만 신문사에 항의전화를 걸었던 분은 “장애인을 장애자라고 부르는 건 신문기자를 ‘신문기자 놈’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며 따끔하게 나무라셨다. 정중히 사과를 했고, 그 후 단 한 번도 장애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애자란 문구를 보면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자라는 표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장애인의 반대말이 일반인이면 어떻고, 장애인을 장애자라고 부르면 어떠냐’고 생각하고 있다면 ‘인권감수성’이 크게 결여돼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인권감수성은 나와 다른 상황이나 조건을 가진 누군가를 보았을 때 문제를 예민하게 반응할 줄 아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또한 공감능력을 통해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한다. 끝으로 ‘다름’과 ‘틀림’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도 인권감수성에서 비롯된다. ‘나는 장애인이 아니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권감수성이 무딘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소득수준이나 교육수준은 세계 속 선두그룹이지만 인권의식이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아직 멀었다’는 부끄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차별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나 아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잔존하고 있고, 장애인에 대해서도 색안경 시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값 떨어지니 장애인 특수학교를 우리 마을에 지을 수 없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으니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해외토픽 감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학대하고 다문화 가정을 보듬어주지 못하는 수준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을 가져 노동을 천대하는 문화도 여전히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의식의 첫 단계인 인권감수성을 갖는 것은 나와 다른 이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차이는 차이일 뿐, 차이를 가지고 상대를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권의식의 출발점이다. 즉 나와 다름은 인정하는 것이다.

충남은 전국 지자체 중 모범적으로 인권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주민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인권센터를 설치해 도민의 인권신장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반대세력의 벽에 부딪혀 힘겨운 행보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인권행정을 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남도를 응원한다. 하지만 너무 큰 것만 보지 말고 도내 모든 공간에 무의식 속에 게시돼 있는 인권침해 문구에 대한 대대적 정비부터 살펴봐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김도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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