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산맥 체계는 신라 말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는 풍수 및 전통지리적 관점인 백두산을 조종산으로 하는 백두대간 체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일본 지질학자에 의해 서양식 지리학인 지질학과 지형학적 연구 방법에 의한 산맥의 분류, 산맥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해 결국 우리의 지리 교과서에 수록됐다. 우리의 전통지리 체계의 산맥연구는 까마득히 잊혔다. 그런 가운데 1980년대 백두산을 한반도의 중심이자 출발점으로 인식한 산경표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교과서의 산맥체계와 산경표의 산맥체계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야기됐다. 민간 연구가로 이우형, 조석필 등에 의해 한반도의 새로운 산맥체계를 위한 시도가 이뤄졌고 박민은 문헌 중심으로 산맥의 분류체계와 명칭의 변천과정 등의 연구를 실시했다. 북한에서도 연구가 있었다. ‘조선의 산줄기’를 통해 일제 식민 지배로 민족말살에 의한 산줄기체계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 잡고자 백두대간 산줄기의 복원과 가지 산줄기들을 규명했다. 몇 년 후 우리 정부 기관인 국토연구원에서도 ‘한반도 산맥체계 재정립 연구(김영표, 임은선)’를 통해 방대한 연구와 새로운 산맥 지도가 태어났다. 김영표 등이 발표한 ‘한반도 산맥체계의 의의’는 산맥에 대한 보편적 정의와 과학적 방법을 도입했고 GIS기반의 공간기법을 활용해 한반도 지형과 지세에 관한 정확한 지식체계를 확립했다. 기존 연구에서 볼 수 없었던 산맥의 분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규모나 연속성 측면에서 한반도의 지형을 대표하는 산맥으로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가장 고도가 높고 길이가 긴 산맥을 1차 산맥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주산맥에서 뻗어 나오는 연속된 산맥들인 22개의 산맥을 2차 산맥으로 분류했다. 또 2차 산맥에서 연속된 3차 산맥은 24개의 산맥 등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새로운 산맥체계와 기존 산맥체계의 비교 분석을 통해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했고 특이한 점은 수많은 산맥체계의 연구 가운데 대동여지도의 산줄기체계가 가장 유사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주산맥의 연속성확인과 실체 복원을 이뤘고 전통 지리서와 고지도의 정확성과 과학성을 입증했다. 현대적 관점의 한반도 산맥 체계의 분류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국토연구원 발표 후 서양식 지리학계에서도 한반도 산줄기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박수진, 손일은 ‘한국의 산맥론’에서 지형학적 관점과 전통지리적 분야인 분수계(分水界) 관점으로 한반도 산지와 유역 분수계의 공간적 분포와 특성을 DEM을 토대로 분석·활용해 전통지리와 공감대를 함께할 수 있는 산줄기 지도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들은 한반도의 산지는 복잡한 공간적 분포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백두대간 체계는 한민족의 전통적인 산지 인식체계를 보여주는 것이며 문화, 역사, 지리학적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학계에서 인정되는 몇 가지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고 사용 목적에 있어 백두대간법이 제정됐음에도 전통지리적 산맥체계를 등산이나 레저의 대상으로 비하해 규정하고 있다. 이는 연구의 관점인 시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준다. 한반도의 산맥체계를 여러 관점으로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지금의 기득권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연구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넓은 아량과 포용력을 발휘하여 함께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전통지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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