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연 시사평론가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정말 ‘MBC’ 탄압과 방송 장악에 앞장선 ‘MB씨’인가? 공영방송 MBC와 KBS 노조는 9월 초부터 “언론 정상화”를 외치며 김장겸 사장과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양대 공영방송 동시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정방송과 언론독립을 외치는 노조원들의 아우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KBS와 MBC 경영진들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보수단체와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라고 호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집권했다고 친문 인사들이 공영방송 사장과 임원이 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사는, 특히 보도와 관련된 자율성과 편성권 등은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확보하고 그 어느 누구의 부당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 여당에게 유리한 지금의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추천권과 KBS 이사회의 인적 구성 방식도 전면 개편돼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방송이 아닌,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이 돼야 한다.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불편부당한 공영방송이 양대 공영방송사 노조가 원하는 언론의 정상화인 것이다.

광우병 사태에 놀란 MB 정부는 앞에서는 국민과 소통하고 반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말하고, 뒤에선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장 자리에 원세훈이라는 정보기관과 아무 관련 없는 측근 인사를 임명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교활한 여우처럼 MB 정부 반대세력과 비판세력에 권력의 칼을 들이댔다. KBS 라디오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방송인 김미화 씨를 하차시켰고, MBC 사장과 임원들로부터 일괄사표를 제출하게 한 뒤 MB 입맛에 맞는 충성스러운 개를 사장에 임명시켰다.

‘MB씨’는 MBC 사장에 김재철을 임명한 후부터 교활하고 치졸한 방식으로 신속하게 방송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광우병 사태를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고 퇴사시켰다. 심지어 정부가 공영방송 제작진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PD수첩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 할지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언론사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문제 제기를 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MBC 라디오가 문제라면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란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손석희 씨를 하차시켰다. ‘좌파인사를 자주 출연시킨다’라는 게 그 이유였다. 정부 비판 프로그램 진행자와 PD 등을 탄압하고, 정치권력에 아첨하는 어용 언론인을 중요 보직에 임명하면서 MBC 탄압과 방송장악은 이뤄졌다.

어찌보면 MB는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보다도 치졸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언론을 장악한 것이다. 한자 구절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의미다. MB가 한창 현대건설에서 잘 나가던 시절 통치권자는 독재자 박정희 였다. MB 역시 박근혜처럼 자신도 모르게 박정희의 통치 스타일을 이상적인 정치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언론자유지수를 후퇴시킨 이명박근혜 정권은 이제 곧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문재인 정부가 사용하는 것이다. 국민을 배신한 정권에 국민이 심판을 가하는 것이다.

속속 드러나는 MB 정부 시절 국정원 활동을 보면 ‘정말 이것이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국내 최고 정보기관 요원들이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에 섰던 연예인들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그것을 배포하고 게시하고 해당 연예인을 험담하는 악성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심지어 국군기무사 사이버 심리전단 요원들과 군무원들도 조직적으로 악성 댓글을 게시하고 유포했다고 한다. ‘댓글부대’를 확대하기 위해 군무원을 대거 채용했고, 국군기무학교에서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직접 교육하고 지시했다고 한다. 기무사 또한 국정원 못지않게 많은 정보와 첩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조직인데, 국내 양대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MB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사실상 사찰을 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원세훈 전 원장은 MB의 최측근 인사로, MB가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몰랐을 리 없다. 기무사 사이버 심리전단에서 일했다는 관계자는 댓글부대 작업 내용이 구체적으로 MB에게 직접 문건으로 보고됐다고 했고, 최근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MB가 직접 지시를 내렸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는 국정원이 선거 관련 기사나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는 또 하나의 언론인 인터넷 언론을 탄압하고 조작한 것이다.

2012년 하반기 18대 대선을 앞두고 댓글부대 민간인 운영팀이 대폭 확대됐다고 한다. 국정원과 기무사의 댓글 활동이 박근혜 정부 탄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 누구도 계량화하거나 측정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란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적극 개입한 MB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현직 대통령이었다면 당연히 탄핵됐어야 할 분명한 헌법 위배 사항이고 범죄 행위다. 헌법에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할 자유는 김제동 씨에게도 있고, 김미화 씨에게도 있는 것이다. 문성근·김여진 씨에게도 보장돼야 마땅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심대히 침해된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불법적이고 치사하고 졸렬한 방법으로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사찰 한 것이다.

MB가 곧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자유한국당과 MB는 MB와 관련된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정치보복을 논하려면 MB 정부 국정원과 기무사 댓글부대 활동, 언론인 탄압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 26일 JTBC 뉴스룸 보도에 의하면 MB는 대통령 퇴임 이후 최근까지 기무사 내 테니스장에서 황제 테니스를 즐겼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MB는 엄연히 현재 민간인 신분이다. 민간인이 군사시설, 그것도 군과 관련된 최고급 정보와 첩보를 취급하는 정보기관 내 시설을 이용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MB 정권이 이 정도로 국가의 품격을 훼손하고 치졸한 방식으로 문화·예술인을 탄압하고 언론을 탄압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MBC’ 장악하고 탄압한 ‘MB씨’는 검찰의 직접 소환 조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전례가 있냐고 묻는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운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MBC’ 탄압한 ‘MB씨’는 떨고 있을까? 입장 표명을 하게 된다면 대국민 사과와 반성이길 기대해 본다.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면 MB에게 최소한의 양삼과 대통령의 품격이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정치보복이라고 반발만 한다면 정말 개탄스럽고, 지나가는 소가 비웃을 일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