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는 일부 기독교단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인권조례는 충남도와 도내 15개 시·군에서 모두 시행 중인데 도 인권조례 폐지청구에만 10만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련기사 - ‘충남인권조례 폐지청구?’ 인권조례가 뭐기에…]

부여에선 이미 인권조례 폐지청구가 받아들여져 군의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이달 중 의회 심사에서 폐지로 결론나면 전국 첫 사례가 된다. 인권조례에 기초한 도내 인권행정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섰다.

10일 도와 시·군 등에 따르면 도민인권 보호·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청구서는 지난 4월 접수됐다. 도민인권조례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전과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도민인권선언’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며 성적지향은 동성애 및 양성애로 동성결혼을 옹호하고 일부일처제 근간을 무너뜨린다는 게 이유다.

조례폐지를 청구한 충남기독교연합회 측은 관련절차에 따라 5월부터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작업에 들어갔고 이날 현재 10만여 명이 동참한 것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다. 조례 제정이나 폐지를 청구하려면 19세 이상 주민총수 170만 명 중 100분의 1(1만 7032명)의 연서가 필요한데 이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연합회 오종설 대표회장은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두달 전 중간보고를 받았을 때 서명인이 3만여 명이었고 이제 10만 명이 넘었을 것”이라며 “이달 말로 서명접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는 청구인명부가 제출되면 조례규칙심의회에서 청구요건을 심사한 뒤 도의회에 주민청구폐지조례안을 부의(附議)하거나 각하할 수 있다. 부여지역에선 이 같은 절차를 거친 폐지조례안(유효서명 2135명)이 군의회로 보내졌고 의회는 이달 중 열리는 임시회에서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인권조례 존치, 개정, 폐지가 최종 결정되는 것이다.

부여군 관계자는 “이달 19일부터 27일까지 군의회 회기가 잡혀 있고 이때 폐지조례안이 다뤄질 것으로 안다. 인권조례가 폐지될 경우 전국 최초로 크게 부각될 수 있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공주지역은 유효서명 6350명으로 조례규칙심의회 개최 일정을 잡고 있고 서천·아산·계룡에선 서명작업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이다. 나머지 10개 시·군에서도 일부 기독교단체들이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집회도 예정돼 있다. 바른헌법개정범도민연대준비위원회는 오는 19일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앞에서 인권조례 폐지 등을 내건 충남도민대회를 연다. 개최 측은 이날 행사에 1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준근 도 자치행정과장은 “충남인권조례 내용 어디에도 동성애를 합법화하거나 조장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평등권에 입각해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 배제,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헌법정신에 따라 도민 인권보장과 증진은 도의 책무이자 의무로 구체적 행정을 통해 헌법정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인권도정 활성화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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