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견수렴 과정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교육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고석규) 요청에 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의견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번 주 안에 대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박정희·박근혜·이완용 명의의 국정화 찬성의견서 /사진=연합뉴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감에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여야의 첨예한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재외공관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홍보에 동원했다고 주장하는 등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야당 의원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국정화 찬성 의견 상당수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라는 진상조사위의 발표(11일)가 편향됐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이 의견 접수 마지막 날 찬성의견서가 상자로 도착할 것이라며 준비를 지시했다’라는 진상조사위 발표를 언급하며 “청와대나 국정원 지시 없이 이런 일에 나설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박경미 의원은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이 국정화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현지 언론인을 만나 해명하는 등 재외공관이 국정화 홍보에 동원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교육부가 청와대에 관련 일일보고를 했다”라며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진상조사위는 국정교과서 반대 활동가 모임으로, 고석규 위원장은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와 국정화 폐기 선언에 참여했고, 다른 위원들도 적극 반대한 사람들로 진상조사위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구성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때) 반대 의견이 32만여 건 제출됐는데 이 중 13만 5000여 건이 익명이나 이름·주소가 불명확한 것이었다. 그런데 진상조사위는 찬성 의견만 왜곡되고 조작된 것처럼 발표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뜨거운 감자가 됐던 논문 표절 의혹이 3개월여 만에 국감장에 또다시 등장했다.

한국당 염동열 의원은 김 부총리가 증인선서 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인사청문회 때 논문 표절 의혹과 여러 이념 문제 등에 대한 (김 부총리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원활한 국감 진행을 위해 인사청문회가 미진했던 데 대해 부총리가 유감 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취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야당 의원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들으면서 교육정책을 시행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김 부총리의 유감 표명에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계속돼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유감 표명 요구는) 야당 의원과 관계가 아닌 (부총리의) 자질과 관련해 나온 것”이라며 김 부총리 석사학위 논문에 대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인사청문회 당시 (논문 표절 의혹이) 교육부 장관 자격과 관련한 문제여서 경과보고서 채택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부총리가) 야당 의원들과의 관계 문제로 여겨 상당히 유감스럽다”라고 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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