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간 지켜온 '경주 최씨 집'의 육훈

 

상류층 사람, 지도층 사람들이 지녀야 할 필수 덕목은 무엇일까?‘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하겠다. 높은 지위나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불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신분 많은 재산 등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뜻하는 말이다. ‘높은 신분이 세상을 걱정해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심계천하(心系天下)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1808년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코’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 졌고 그 후 프랑스 작가인 ‘오드레 드 발자크’가 1836년에 간행한 ‘골짜기의 백합’이라는 소설에 등장하여 더욱 널리 알려졌다. 소설 속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서로에게 의무를 지니고 있다.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나 서로에게 의무(빚)를 지니고 있는데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훨씬 더 많은 의무(빚)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의원직에 있는 공작은 빈곤한 사람들이나 수공업자에게 더 많은 의무(빚)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공작과 같이 가진 자는 빈천한 사람이나 수공업자와 같이 가지지 못한 자에게 진 의무(빚)를 갚아야 한다.’라고 작가는 소설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설파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로마제국시대에도 있었다. 로마제국시대 귀족들은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불문율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겼으며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다. 그 예로 로마공화정의 귀족들은 솔선하여 명장 ‘한니발’이 카르타고와 벌인 포에니 전쟁에 참여하여 13명의 집정관이 전사하는 등 모범을 보였으며 이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 경주 최 부자 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실천사례이다. 경주 최부자집 또는 경주 최 진사 집으로 널리 알려진 조선시대의 거부 ‘경주 최씨 집안’은 400년 동안 9대에 걸쳐 진사와 12대에 걸쳐 만석꾼을 배출했고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였으며 해방 후에는 전 재산을 교육 사업에 환원한 집안으로서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실천사례라 할 수 있다. 부자가 3대를 가지 못한다는 속설을 깨고 400여 년 동안 부와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대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은 자손들이 대대로 지켜왔던 가훈(家訓)이라 하겠다. 가훈 중 여섯 가지 행동지침인 육훈(六訓)을 보면,‘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2.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3. 흉년 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4. 찾아오는 과객(나그네)을 후하게 대접하라. 5. 주변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6.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이다. 이 여섯 가지의 실천 지침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지침이 된다고 하겠다..

▲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복(福)을 남겨서 조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공직자가 출장 갈 때의 출장비는 개인의 돈이 아니라 나랏돈이다. 그러므로 아껴서 남은 것을 나라에 돌려줘야 하는 것처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주, 재물, 권세 등의 복은 모두 조물주가 내려주신 것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혼자 다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 남겨서 조물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조물주의 뜻이다. 다시 말해 못 가진 사람, 사회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 겸(謙)의 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겸(謙)의 덕에는 돈, 재능, 권세 등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사회를 이롭게 하는 익겸(益謙)과 어려운 사람,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흐르게 하는 류겸(流謙)이 있다. 이러한 겸(謙)의 덕 즉 익겸인 기부와 류겸인 베풂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것이다.

▲ 그렇다. 내가 가진 것의 십분의 일을 베풀며 살면 어떨까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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