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학기술대 광고홍보디자인과 교수/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 앵커

 

‘빵… 빠빠빵!!’ 늦은 밤이면 자주 들었던 소리! 동네 여기저기서 밤하늘을 수놓던 불꽃 터지는 소리에 지나가다 “와 멋있다!” 라는 반면, 한쪽에서는 “무슨 돈으로 매일 불꽃놀이?” “아이를 겨우 재웠는데 불꽃 터지는 소리 때문에 짜증 난다”는 주부도 있다. 봄철부터 여름을 거쳐 절기상 상강(霜降)을 코앞에 두고도 지금도 곳곳에서 축제가 계속되고 있고, 이번 주말에는 사이언스페스티벌이 기다린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어서 그런가? 올해는 동네마다 축제가 새로 생겼다. 가히 축제 공화국이다.

축제를 통해 지역을 홍보, 자긍심도 높이겠다는 데에는 부정할 이유가 없다. 유성온천문화축제, 금강로하스축제, 힐링아트페스티벌, 견우직녀축제, 디쿠페스티벌, 국제와인페어, 효문화뿌리축제, 아줌마대축제 등 대전에서 열린 축제 예산만 모두 합치면 50억 원 이상! 인근 충남 지역까지 합치면 120억 원을 예상한다. 이렇게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 축제! 누구 주머니에서 나올까? 내 돈이라면 적자투성이 축제를 주최할 수 있을까? 대전시나 충남도, 구청, 주민센터에서 지원해주면 축제를 열고, 내가 돈을 투자해 축제를 열어 본전을 뽑으라면 축제를 개최할까? 대전이나 충남 모두 원가 대비 이익을 낸 축제는 한 개도 없다. 수천만 원, 억대 돈을 들여 한 푼도 못 번 축제가 12개 중 7개나 된다. “보령 머드축제가 돈 벌었다고?” 투자한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지역 홍보와 주민에게 즐거움을 주고, 지역특산물도 팔고…. 물론,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돈은? 돌고 도는 것이 돈이라지만, 예산에 있으니까 매년 관례적으로 개최한다. 여기다 올해는 동네마다 경쟁하듯 제1회 축제를 여니…. 앞으로도 계속 열겠다는 속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서민들과 바쁜 직장인들은 축제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축제장 가 보면 참여단체가 그 지역의 단체 소속 사람들 대부분이다. 전야제나 개·폐막 날 연예인 불러놓고 공연하고 밤에는 불꽃 쏘면 끝이다. 걸 그룹 가수를 초청 단, 세 곡 듣고 4천만 원을 준다. 1년 내내 연봉 4천만 원을 받지 못하는 시민들이 더 많다. 유성온천문화축제에 85만 명이 다녀가 경제 파급효과가 419억 원이란다. 유성지역 자영업자들은 축제로 돈 많이 벌었는지…. 힐링아트페스티벌의 루미나리에 아트빛 터널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고, 그림과 공예품 도자기 파는 아트마켓(예술작품 판매처)에서 서민들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없을까? 시골 장날 같은 행사성 축제를 수천만 원,수억 원을 들여 해야 하나? 백제문화제를 하니까 인근 어떤 자치단체는 ‘백제문화제’에다 ‘체험’ 글자를 추가한 ‘백제문화체험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정부에서 인증한 대전의 축제는 효문화 뿌리축제 한 개, 그것도 전국 21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메달로 말하면 동메달 하나가 유일하다.

축제가 개최되면 지역 주민들보다 행사를 담당하는 용역업체, 일부 사회단체 회원들이 신난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수억 원 투자해 낭비되는 축제 투자보다 우리 동네 가로등이나 둘레길, 인근 하천을 정비해 달라는 얘기가 더 귀를 솔깃하게 한다. 축제 입장객 부풀리기도 가관이다. 축제 성과를 높이기 위해 방문객수를 ‘뻥튀기’하는 과장·허풍광고 뺨친다. 오죽하면 충남도의회 한 의원이 지난해 399만 명, 727억 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냈다고 한 보령 머드축제의 결산 발표에 고개를 저었을까? 피서지 상황을 모바일 빅데이터를 통해 적용 분석하니 실제 방문객은 30만 9천 명, 무려 13배가량 차이가 났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축제 기간이었던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100만 명에 불과한데 10명 중 6명이 보령 머드축제장을 찾았다고? 국회 조승래 의원의 문광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지역별 방문 비율이 충남과 대전은, 전체 외국인의 각각 1%만 방문했다. 시민 세금으로 곳곳에서 태동하는 축제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예산을 지원하고 얼굴을 내 미는 모임인가? 지역 축제는 경제적 기여가 최우선이다. 임팩트가 없는 광고 카피로는 제품이 팔리지 않듯이 축제도 통합해 시너지를 낼 솔로몬의 지혜를 찾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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