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의 세계관과 풍류정신…원효 화쟁사상·의상 화엄사상 등

 

“역사와 철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종횡으로 교직(交織)돼 있습니다.”

이종성 충남대 철학과 교수의 신간 ‘역사 속의 한국철학’(충남대출판문화원)은 한국의 역사 속에 전개된 한국철학의 내용을 단군신화부터 만해 한용운에 이르기까지 14개 주제를 선정해 시대적 인물과 철학적 주제별로 나눠 검토했다.

▲단군신화의 원형적 세계관과 풍류정신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과 무애행(無碍行)의 실천 ▲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에 나타난 화엄사상 ▲지눌의 돈오점수(頓悟漸修)와 정혜쌍수(定慧雙修) 사상 ▲삼봉 정도전의 불교 배척의 내용과 성격 ▲퇴계 이황의 철학적 입장과 ‘경(敬)’ 사상 ▲고봉 기대승의 학문정신과 철학사상 ▲우계 성혼의 도학적 삶과 학문연원 ▲율곡 이이의 대동사회론과 철학적 지향 ▲서계 박세당의 실학적 사유의 기초 ▲남당 한원진의 역사 인식과 조선중화주의(朝鮮中華主義) ▲성담 송환기의 ‘태극도설(太極圖說)’ 해석의 기본 입장 ▲간정 이능화 ‘조선도교사(朝鮮道敎史)’의 학술사적 의의와 한계 ▲만해 한용운이 본 주체의 문제와 민족자결의 원칙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인의 주체적 자각의 정신을 추적한 철학적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한국철학의 주체적 특성과 외래사상의 한국적 변용이 각각의 시대와 인물에 따라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그 이론과 실천적 지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 데 의의가 있고, 항상 하늘의 자손임을 자부하며 하늘을 닮아 하늘처럼 생각하고 하늘처럼 삶으로써 이 땅에 하늘을 구현하고자 했던 한국인의 철학적 사유가 행간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 교수는 “인간의 현재는 지나간 과거를 부정하고 존재할 수 없다. 지나간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한국적 과거의 전통철학은 현대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이자 삶의 자양분이라 할 수 있다”라며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과거가 되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가 지나간 시대의 철학적 사유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아직 우리 앞에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보다 주체적으로 맞기 위한 인간주의적인 소망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21세기를 사는 현대 한국인의 삶의 방향성에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65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해 청주고, 충남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 장자 철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9년부터 모교에 재직 중이다.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충남대 유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동서철학회·새한철학회·율곡학회 부회장, 한국도교문화학회 편집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는 그의 저서로는 ‘도가철학의 문제들’, ‘믿음이란 무엇인가’, ‘율곡과 노자’, ‘맨 얼굴의 장자’ 등이 있고, 주요 관심 분야는 노장철학·제자백가(諸子百家)·위진현학(魏晋玄學)·한국도가철학 등이며 현재가 된 고전과 동아시아 사상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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