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사회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선심(善心)’을 악용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예 기부를 하지 않겠다는 ‘기부 포비아(공포)’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는 최근 발생한 기부를 악용한 큰 사건들로 ‘새희망씨앗’과 ‘어금니 아빠’ 등의 사건 때문이다.

지난 8월 새희망씨앗 사건은 해당 사단법인 회장과 대표 등이 불우 청소년과 결손 아동 등을 돕겠다며 거두어들인 후원금 128억 원을 빼돌린 사건이다. 이들은 지역 아동과 1대 1로 연결된다는 식으로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600만 원을 기부 받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긴 일반 시민 피해자만 4만 90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5일 검거된 어금니 아빠 이 모(35) 씨는 그의 딸 이양(14)과 함께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거대 백악종이란 희귀병을 앓았다. 그로 인해 잇몸을 모두 긁어내어 어금니만 남았기 때문에 어금니 아빠라는 호칭이 붙었다. 이 씨는 국토대장정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딸의 수술비가 없으니 도와달라며 많은 기부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 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경찰 조사에서 외제차 등을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분노 여론이 커졌다고 한다.

잇따라 터진 이 두 사건은 많은 기부·후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여 기부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선량한 복지기관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모금 관련 단체들이나 복지기관들은 그렇지 않아도 기부가 점점 줄어들면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사건들이 터지면 도매금으로 취급되면서 후원요청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다. 사회복지 당사자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 되는 대상이 노숙인이 아닐까 싶다.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고, 술을 좋아하고, 무책임하고, 빈둥빈둥 노는 것을 좋아하고, 공짜를 좋아하고, 범죄자라는 등의 낙인이 찍혀있다. 그러니 노숙인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심지어 노숙인 지원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기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개중에는 기관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만 노숙인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벧엘의집도 노숙인 관련 지원기관이다 보니 종종 자원봉사를 하러 온 분들로부터 일자리가 많은데 왜 일도 하지 않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등 노숙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처음에는 우리사회에서 노숙인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을 설명하기도 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무책임하고 게으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변호하기도 했었지만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기도 하여 요즘은 아예 웃음으로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벧엘의집에 그 어떤 평가와 요구도 없이 묵묵하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대전역 거리급식을 위한 김치를 매주 후원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대덕구에 위치한 대성김치 최명호 사장님이시다. 벧엘의집이 대성김치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조차도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동구청 아니면 중앙동사무소를 통해 소개받은 것 같다. 그 후 대성김치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든,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심지어 명절 연휴기간도 한 번 거르지 않고 매주 김치를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다. 고작 일 년에 한두 번 다른 일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전부다. 오랫동안 후원을 하는 기업이면 한 번 찾아가서 감사인사를 할 법도 한데, 나 또한 너무도 무심하게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다. 그런데도 김치가 후원한 목적에 잘 쓰이느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도리어 후원을 받는 쪽에서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요구사항을 말할 정도다.(이번 추석명절에는 연휴가 길어 미리 다음 주 김치를 당겨 달라고 뻔뻔스럽게 요청하기도 했었다) 대성김치 최명호사장님은 벧엘의집에 김치를 후원하는 것이 무슨 사명처럼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새희망씨앗 사건, 어금니 아빠 사건 등 대형사건이 벌어지면서 일부에서는 기부 포비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눔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대성김치에 찬사를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최명호 사장님 고맙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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