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우리 제품의 중국 수출이 심상치 않다. 충남의 경우 대(對)중국 수출이 지난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하더니 하반기에는 감소세가 더욱 확대되어 3분기 23.9%, 4분기 17.9% 각각 줄어들었다. 올 초 반짝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분기에 6.4% 감소로 다시 돌아서더니 7~8월에는 10% 이상 감소하였다. 주력수출품목 동향을 보면 금년 1~8월중 평판디스플레이가 25.5% 감소하더니 자동차부품은 32.4%나 감소했다. 특히 사드 배치가 가시화된 지난 2분기 이후 중국의 기술구조 변화에 따른 중간재 자급률 향상 추세와 맞물려 감소세가 더욱 심해졌다.

이러한 수출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포스트 차이나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로 수출 다변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들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가령 작년 동남아시아 국가별 성장률을 보면 필리핀 6.9%, 베트남 6.2%, 인도네시아 5%, 말레이시아 4.2% 등으로 호조세를 보였다. 최근에 아시아개발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도 동남아시아의 전체 성장률은 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절대적인 성장률 수준만 보면 중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추세를 보면 중국은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반면 동남아시아는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려는 기업이 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덕분에 최근 우리지역의 국가별 수출 점유율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가령 충남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44.6%에서 올 상반기 30.7%로 낮아진 반면 베트남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4년 4.7%에서 금년 상반기 19.0%로 높아졌다.

중국에 진출한 유통업체들도 ‘굿바이 차이나, 굿모닝 동남아’를 외치며 중국에서의 사업을 접고 대신 동남아시아로의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 자원 보유량 등을 고려할 때 성장잠재력이 높고 문화도 유사한 동남아시아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인구규모도 매력적인데 인도네시아 2.6억 명, 베트남 및 필리핀이 각각 1억 명 내외, 인도는 12억 8000명 명이나 된다.

이처럼 동남아시아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트 중국은 동남아시아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마냥 기회의 땅만은 아닌 것 같다. 가령 태국이나 싱가포르의 경우를 보면 우리에 비해 산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경우 반도체, 석유화학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태국이나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관광, 유통, 컨벤션 산업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다국적기업 활동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이점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싱가포르의 경우 2010년대 들어 해외 여행객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2009년에는 970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였으나 2013년에는 1560만 명으로 대폭 늘어 4년 만에 무려 50% 증가했다. 그 후에도 매년 1500만 명 정도가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휴양지임을 자랑하는 태국의 경우도 여행객 수가 2010년에 15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작년에는 3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베트남의 경우도 문맹률이 한 자리 숫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강한 교육 열풍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기업 진출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이들 국가에 글로벌 투자가 집중되면서 향후 우리의 경쟁자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동남아시아로의 수출 다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역 다변화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다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는 고 부가가치 산업구조로 기능적 측면의 밸류체인 업그레이딩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의 우수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활용하여 R&D,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무형가치사슬 단계의 역량 강화에 주력하자.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박창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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