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산맥체계에 관한 연구는 풍수 및 전통지리적 연구와 지질·지형학적 연구로 발전했으나 산과 산맥의 정의와 크기,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못했다. 다만 산의 높이는 해안선을 기준으로 표시할 따름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반도의 산맥체계에 관한 연구는 기초없이 집을 짓는 사상누각과도 같은 것이다. 이는 서양식 지리학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틀림이 아닌 다름의 관점으로 우리 전통적 사고의 산과 산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 민족의 삶의 근원에서 산이 차지하는 위치는 상당하다.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이는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기운을 달리하고 그에 따른 영향을 달리함을 풍수지리에서 알 수 있다. 풍수적 사고의 중요한 특징은 산의 인식을 절대적, 고정적이 아니라 상대적, 유동적인 관념으로 본다. 산의 높고 낮음을 단순히 현대 지리학에서 사용되는 해발 몇 미터의 절대적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주위 지면이나 평지보다 약간만 높아도 산으로 인식하고 약간만 낮아도 물이나 계곡으로 인식된다. 이는 관찰자의 위치 지점에 따라 변화되는 상대적 개념이 도입돼야 이해할 수 있다.

현대지리학에서 산맥은 융기된 지표에 의해 고도가 낮던 높던 한 개의 능선으로 구릉지 혹은 산봉우리가 선상이나 대상으로 길게 연속돼 있는 지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풍수 및 전통지리적 관점에서의 산맥은 산으로 연결된 맥이 물에 의해 단절됨이 없이 연속된 것을 의미한다. 산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의 개념을 이해하고 산들의 연결된 규모를 알 수 있다. 현대지리학에서 산의 높이는 해발로 표시되지만 산의 크기를 나타내는 기준은 전통적 관점과 달리한다.

산의 높이에 대한 동서양의 이해의 차이를 살펴보자. 서양은 단순히 바다 수면을 중심으로 높이를 통일되게 적용한다. 하지만 동양적 사고는 태극의 분리 이론이 적용된다. 이는 모든 사물은 음양으로 구분되며 낮게 표현되는 음과 높게 표현되는 양으로 표시하게 된다. 이는 지구에서도 적용되어 진다. 지구에 존재하는 산과 산맥을 단순히 바다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세분화해 살펴보고 있다. 지구의 음은 바다요, 양은 육지다. 1차 음양 분리다. 서양식 지리학이 추구하는 자세다. 하지만 전통지리학에서는 이보다 더 몇 단계를 더 분리해 적용한다. 1차 분리에 의해 음은 바다가 되고 양은 육지가 되며 육지는 다시 2차 분리로 세분화 된다. 육지 가운데 낮은 부분인 음은 강이나 하천의 물줄기로 표현되며 높은 부분인 양은 산이나 산맥으로 구분한다. 2차 분리에 의해 양으로 나타난 산이나 산맥은 다시 음과 양으로 분리돼 3차 분리를 한다. 산이나 산맥 가운데 양의 부분은 능선이나 봉우리를 이루고 음의 부분은 골짜기나 시내가 된다.

풍수 및 전통지리에서 산을 보는 관점은 바다 수면을 기준으로 모든 육지의 높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세분화되고 있다. 이는 서양식 바다 수면의 기준만이 아니라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달리 해석이 된다. 따라서 관찰자가 바다에서 보는 관점, 강의 위치, 하천의 위치, 시내의 위치, 계곡의 위치에 따라 각각 달리 적용된다. 이처럼 우리의 것도 서양의 지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세분화 되고 합리적인 사고가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전통지리에 대한 소중함과 자부심을 갖고 계속적인 연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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