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얼굴에 철판 깔아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대전지역의 한 특성화고 졸업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 취업한 뒤 4년 뒤인 올해 진학을 위해 수시를 넣으면서 한 말이다. 선 취업 후 진학 제도의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실제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9개 대학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심지어 9개 대학 42개 학과 가운데 41개 학과 지원자가 모집 인원에 미달했다.<본보 9월 7일자 1면 보도 - 先취업 後진학, 현실은 달랐다>

19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정원외) 전형으로 선발한 대전지역의 한 대학은 수시, 정시, 추가 등을 거쳐 최종 101명 모집에 38명이 지원, 37.6%의 등록률을 보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전국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학생충원율은 55.8%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입시에서 미달 사태와 맞물려 기존 재직자 특별전형과 성격이 비슷한 데다 지난해 이화여대 사례처럼 학생들의 반발로 사업을 포기하는 대학이 발생됨에 따라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으로 통합·개편했다. 여기에 각각 249억 원, 231억 원을 투입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취했지만 올해 성적표 역시 낙제점을 받은 꼴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이를 토대로 전국 15개 대학을 평생교육 지원 사업 학교로 선정했지만 올해 역시 지방 7개 대학에서 미달됐다.

중복으로 지원하거나 전형 특성상 정시모집에 응시하는 인원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적지 않은 학교가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사업이 정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수요자 중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조언이다.

해당 사업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직장인 등 성인학습자의 교육 수요가 늘고 있음에 따라 대학 중심의 선 취업 후 진학 체계를 활성화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입학 자원이 줄어 성인학습자 유치에 집중하는 대학들이 생겨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사회와 대학 간의 괴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단순 제도 자체에 문제점이 아닌 사회적 통념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성화고 출신 A 씨는 “일반적으로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직원을 곱게 볼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우리 회사처럼 야근이나 회의가 잦으면 대학을 다녀도 부득이하게 빠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학 진학을 결심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심을 했다”며 “결국 결론은 ‘뻔뻔함’으로 내렸다. 스스로가 뻔뻔해져야 할 것이고, 회사에선 뻔뻔한 직원이 됐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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