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 잡고 따라 나서던 옛 정취 되살려
재능기부문화에서 아이디어 찾아

“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꽹과리 치는 풍물패들의 춤사위를 보고 있자면 옛날 내가 젊었을 때 장보러 다니던 시절이 생각나 기분이 새롭게 느껴져 그저 좋기만 하다”는 박 모(81·대술면 시산리) 할아버지는 지난 20일 예산읍 5일장 한쪽 마당에서 열리는 공연장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같은 시각 다른 한 쪽에는 제법 도시 소년 같은 행색이면서도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품바의각설이 타령을 바라보면서 마냥 즐거워하고 있었다.

◆ 1970년에나 볼 수 있었던 장날 모습 재현

지난 1970년에나 볼 수 있었던 장날 모습이 예산에서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크고 작은 마트들이 시골 구석구석까지 파고들면서 풀빵 하나 얻어먹으려고 엄마한테 볼기를 맞으면서까지 장에 따라 나서려 했던 옛 모습들이 사라진지 40여 년 만에 예산에서 되찾아지고 있는 것이다.

닷새에 한 번만이라도 젊은 아낙들을 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스쳐지나가기 쉬운 재능기부 문화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동아리 모임들이 예산 무한천 둔치공원에서 공연하던 것을 방한일 예산읍장이 ‘예산문화장터예술단’이라는 이름으로 총 6개 팀으로 구성된 공연단을 오일장으로 끌어들여 그들의 재능을 군민들에게 기부하는 풍토를 만들어 준 것.

여기에다 최근 초가지붕으로 새롭게 꾸며 개업한 백종원 국밥거리까지 5일장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어 하루 매출액이 이전의 5일장보다 2배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에는 시원한 하천바람이 불어주는 무한천 둔치공원에서 산책 나온 군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던 지역 문화예술 동아리들이 예산문화장터예술단이라는 이름으로 5일장 무대에서 군민들의 오감을 높여주는 것이야말로 재능기부의 순수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방 읍장은 “장날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끼니를 놓쳐도 배고픈 줄 모를 정도로 정신적 포만감에 사로 잡혀 힘이 저절로 솟는다”고 말했다.

◆ 백종원 국밥거리까지 5일장 정취 더해

“평소에는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서 장을 보지만 한 달에 2∼3번씩은 예산읍의 2곳에 있는 5일장을 찾는다”는 주부 김 모(38·예산리)씨도 “어려서 엄마 따라 장에 가본 기억은 있어도 각양각색의 공연소리에 혀버린 채 한 쪽에서는 흥정하는 모습들이 흡사 시골의 장날 그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 같아 정겹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날마다 빼놓지 않고 전을 펴고 장사하는 상인들은 충남 서부지역의 장날 어느 곳에도 예산읍 5일장 같은 시골장의 정취는 찾아 볼 수 없다며 머지않아 예산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편, 예산읍 5일장터에서 예산군이 주최하는 3국 축제(국밥, 국수, 국화)가 지난 19일부터 오는 29일까지 11일 동안 열리고 있어 5일장이 겹치는 날과 함께 예산군민은 물론 인근 지역사람들에까지 오감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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