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대전민예총 이사장

 

가장 신뢰받는 언론매체로 평가받는 JTBC의 <뉴스룸>에 ‘팩트 체크’ 코너가 생기면서 고위 관료나 정치인들 주장의 사실 여부가 기자들과 전문가들의 집중 분석을 통해 곧바로 드러나는 시대가 됐다. 지난 대선에서도 후보자들의 주장과 반박이 실시간 팩트 체크를 통해 그 진실이 가려지면서 후보 선택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촛불정부 출범 이후 각종 정책에 대한 찬반 역시 팩트 체크에 의해 고의적 왜곡이 시정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 판단이 합리적이고 건전한 사회적 양식이 된 와중에도 여전히 ‘가짜 뉴스’를 맹신하는 사람들 또한 상당하다. 특히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념에 치우친 사람들의 맹목적 태도는 토론은 그만두고 대화조차 어려울 정도로 배타적이어서 그 진실을 가리는 게 정말 어렵다.

최근 세계적 뉴스채널 CNN의 단독보도를 근거로 국내에서 관심이 집중된 ‘박근혜 인권침해’ 기사도 대다수 언론의 의도적인 편집과 짜깁기에 의해 사실이 크게 왜곡된 경우다. 비영리 외신번역 언론기관 <뉴스프로>의 전문번역가들에 의해 기사 전문이 번역 보도되면서 그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국내 언론사의 워싱턴 특파원 보도는, 박근혜의 국제법률 자문기관인 MH그룹이 제기한 인권침해 주장을 CNN이 크게 보도하면서 국제적 파장을 낳을 것이란 기자의 판단을 팩트인 양 전하고 있다. 그러나 번역된 기사 전문은 인권침해 주장을 구치소와 검찰의 반박과 함께 제시해 오히려 MH그룹 주장을 반박하는 구조로 돼 있다. 특히 기사 후반부에 독재자의 딸 박근혜의 범죄와 탄핵과정을 밝히면서 UN 인권위원회가 한국에 별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거라는 비평가의 지적을 덧붙이고 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박 전 대통령이 엄청난 특혜를 받으며 구치소 생활을 하는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CNN 보도의 파장이 워싱턴 특파원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박근혜의 특혜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에도 한 언론사의 워싱턴 특파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일부러 오역하면서 청와대와 공방을 벌이는 일이 있었다. 백악관 대변인의 공식 논평보다는 자신의 즉흥적이고 오락가락하는 트윗에 의존하는 트럼프의 발언에 우리가 굳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그의 오발탄에 지나치게 얽매여 그 의도를 부풀리고 우리 정부와의 갈등관계를 부각하려 애쓴다. 그러다 보니 UN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이 겪는 에너지 공급난을 고소해 하는 트럼프의 발언인 ‘북한에선 주유하러 길게 줄을 서고 있다(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를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 중이다’로 번역해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한국을 잇는 러시아 극동개발 계획에 적극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했다는 식으로 악의적으로 오역하게 된 것이다.

CNN 보도와 트럼프 대통령 트윗의 의도적 편집이나 오역 등은 기자를 앞세운 언론사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들 언론사들은 그들의 존재이유인 객관적 사실의 공정보도보다는 기득권 세력의 이익 대변에 충실하다 보니 이런 블랙코미디의 행태를 버젓이 벌이는 것이다. 이는 우연한 실수라기보다는 보수 기득권세력을 조여 오는 적폐청산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적인 출구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각종 가짜 뉴스들이 버젓이 유력 보수언론이나 지상파 방송을 통해 전파되는 걸 보면, 이제 거짓말은 일부 정치세력의 유력한 무기가 됐다.

거짓은 사실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거짓말의 반대는 객관적 사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활한 거짓말에 대한 최선의 대안은 비판적 사고에 바탕을 둔 엄격한 ‘팩트 체크’라 할 수 있다. 팩트 체크의 기반이 되는 비판적 사고는 의심을 품는 회의하는 정신에서 비롯된다. 이제 오로지 물질적 가치가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기업화된 사회’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몸집 불리기 행태가 사회 전 분야에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지속적인 발전은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해 봐야 한다. 또 우리의 우방은 우리 민족의 이익에 우선하는 것인가 등도 감정이 아닌 사실에 바탕을 두고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엄밀한 팩트 체크로 성장 프레임에서 벗어나 복지와 상생의 새로운 출구전략을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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