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 한 일이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경찰에게 국민이 범죄 피해를 당한다면, 과연 국민이 경찰을 믿을 수 있을까?”

대전시민 정 모(31·여) 씨는 최근 불거진 대전경찰관의 성 비위 사건을 접하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지역경찰에 대해 ‘깐깐하지만 믿음직했다’고 생각한 정 씨, 하지만 잇따른 사건을 보며 ‘믿음이 추락했다’고 말한다. 그는 “여자입장에서 앞으로 범죄피해를 당했을 때 경찰을 믿고 신고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전경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연이은 성 비위 사건으로 얼룩지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대전경찰 소속 A 씨가 지난 19일 새벽 대전 자신의 집에서 여성 B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 된 후 불구속 입건됐다. 결혼을 앞둔 A 씨는 지난 18일 축하모임을 가졌고 B 씨는 이 자리에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1일에는 대전경찰 소속 C 씨가 데이트폭력 사건을 처리하며 알게 된 여성 D 씨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혐의로 대기 발령됐다. C 씨는 이후 음독해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경찰은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들 사건의 경위는 아직 선명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찰관의 ‘성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이 최근 며칠 새 2건이나 접수된 것 자체가 시민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대전경찰이 범죄예방의 모범이 되지 못하고 잇따른 성 비위로 구설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 성범죄는 증가 추세에 있다. 올해(9월 기준) 대전지역의 강간범죄는 508건으로 지난해 동기간(449건)과 지난 2015년 동기간(402건)에 비해 크게 는 것으로 드러나 시민의 불안도 점층 되고 있다.

대전경찰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성 비위 사건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비위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를 여는 한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 또 사건을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경찰관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해 전문가는 범죄피해 신고자를 비롯한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이해 부족이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경계하고 조심해야하는 것 중 하나는 국가권력이라는 점이다. 경찰관 개개인이 느끼는 것보다 실제 더 큰 권력을 가질 수 있다”며 “특히 범죄 피해를 당한 시민입장에서는 큰 권력과 상대하게 되는 것이며 실제 많이 의존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경찰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 비위 사건 피해자에 대한 또다른 가해 가능성을 우려했다. 박 교수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반대중들이 피해자에게 쉽게 가하는 폭력은 비난하거나 의심하는 것”이라며 “경찰도 이 같은 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잘 지켜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와함께 시민이 경찰에 범죄피해를 입었을 때, 사건 축소나 무마에 대한 우려로 신고를 안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측면을 잘 이해하며 피해자를 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경찰의 보다 강도 높은 인식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직무교육, 매뉴얼, 문구로만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를 모니터링 하는 감시자가 돼야 한다. 이 가운데 단순 의무교육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은 성폭력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또 경찰 인력을 선발할 때, 성적뿐만이 아니라 가해, 피해를 이해할 수 있는 지도 바라보고 선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교육에도 예산을 들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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