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구간 추동습지공원. 억새의 '은빛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대청호오백리길 울트라걷기축제’가 28일 두 번째 막을 올린다. ‘2017 가을, 걷자 가을路’이란 주제로 대전시가 주최하고 대전마케팅공사와 ㈔한국걷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축제는 충청의 젖줄을 따라 걷는다는 자체로도 트레킹 마니아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이번 축제 역시 총연장 30㎞다. 걸음이 시속 4㎞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론 7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체력과 휴식시간 등을 고려하면 더 소요될 수 있다.

‘대청호오백리길 그곳에 가면…’ 팀은 대회를 앞두고 사전답사로 대청호반을 걸었다. 걷기 능력이 평균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이번 회차를 통해 코스를 미리 숙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7시간 30분(혹은 더 걸릴 수 있는) 코스 앞에 섰다.

 

1~2구간 14km (난이도 中)
금강로하스공원 잔디밭서 출발
두메마을까지 완만한 곡선 코스
2구간 종점 찬샘정 '체크포인트'

3구간 7km (난이도 上)
냉천골 버스종점부터 오르막의 연속
'더리스' 잠시 들러 꿀맛 휴식을
노고산 주변으로 대청호 풍경 한눈에

4구간 9km (난이도 下)
육안으로 결승점 보이는 흙길 코스
억새 '일렁' 추동습지공원 장관
울트라걷기대회 하이라이트 구간

 

금강로하스공원

#. 출발의 산뜻함 (1구간)

출발은 대청호오백리길의 마지막 구간인 금강로하스대청공원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대청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확히는 금강 주변이지만 대청호반의 아름다움을 미리 맛보기에 충분하다. 금강로하스공원 잔디밭에서 시작해 데크길로 이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몸 풀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산뜻하게 출발할 수 있다.

금강로하스공원 데크길

여기에 호반 풍광도 발걸음을 가볍해 준다. 데크길을 따라 약 3㎞를 걸으면 데크길이 종료되고 아스팔트가 시작된다.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경사가 높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다.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오르막부턴 단풍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해 가을이 한껏 왔음을 실감케 한다. 2㎞가 채 되지 않는 오르막은 대청댐 보조여수로를 기점으로 끝나는데 이곳부턴 1구간으로 분류된다.

보조여수로를 뒤로 하면 왼쪽에 작은 데크 계단이 보인다. 이촌마을과 강촌마을로 이어지는 정식 1구간은 데크 계단을 이용해야 하지만 이번 축제에선 제외됐다. 이 구간 자체가 길지 않은 곳이어서 초반에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 코스를 잠시 이탈해볼 만하다. 이촌마을과 강촌마을 서로 인접해 강촌마을에서 다시 정식 축제 구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촌마을과 강촌마을은 제법 잘 조성된 습지공원이 특징인데 오르막으로 살짝 지친 발걸음을 달래기에 좋다.

강촌마을을 뒤로하면 아스팔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반의 로하스공원처럼 대청호를 바로 옆에 두진 못하지만 일부 구간에선 저 멀리 대청호를 볼 수 있다. 코스가 직선 대신 곡선으로 이어진다. 경사가 높지 않은 오르막 역시 곳곳에 있다. 이 코스에서 힘들게 하는 건 오르막도 아닌 한 식당의 이정표다.

첫 이정표엔 식당까지 2㎞ 남았다고 하는데 이후 나타나는 이정표마다 모두 2㎞ 남았다고 알려준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혼을 빼놓기 때문에 이정표를 쳐다보지 않는 게 좋다. 곡선도로가 끝나는 곳엔 대청호두메마을 입구가 나오는데 1구간의 종료지점이자 2구간의 시작점이다.
 

#. 탁트인 시원함 (2구간) 

2구간은 물버들 군락지를 지나 성치산의 둘레길을 통해 찬샘정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축제에선 해당 구간을 이용하지 않고 바로 찬샘마을로 향한다. 1구간의 아스팔트가 쭉 이어지며 제법 높은 경사의 오르막이 구간의 처음을 알린다. 코스는 기존 2구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고 축제 코스 중 유일하게 대청호와 떨어졌지만 나름 볼거리는 제법 있다.

멀리서 대청호는 물론 이현동 생태습지공원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오르막이 쭉 이어져서 높은 고지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여기에 길가에 자리 잡은 나무가 대청호, 생태습지공원과 하나의 절경을 이룬다. 고지대 특유의 시원함도 느낄 수 있지만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고 해당 코스는 열에 아홉은 오르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여서 1구간에서 아낀 체력을 뿜어야 한다.

그러나 오르막의 경사도 높지 않고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곧이어 오르막이 또 나오는 만큼 완급조절은 필수다. 첫 번째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찬샘마을 입구가 나온다. 찬샘마을은 차가운 샘이 나오는 마을이란 뜻으로 농촌체험마을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두 번째 오르막이 시작된다. 기존 2구간인 성치산과 축제 코스에 포함된 노고산이 이어져 있어서다. 산의 높이가 높지 않은 만큼 이번 오르막 역시 경사가 크지 않지만 첫 번째 오르막에서 체력을 방전했다면 자칫 위기가 올 수 있다.

두 번째 오르막은 흙길과 아스팔트가 번갈아 나오며 첫 번째에 비해 길지 않다. 찬샘마을에 들어서 약 1~2㎞ 정도 걸으면 찬샘정이 나온다. 2구간의 마지막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곳으로 2구간 마지막까진 1㎞도 채 남지 않은 곳이다. 2구간 종점과 3구간 시발점은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2구간에서 쉴 수 있는 마지막 휴식처다. 3구간에 앞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쉬자.

 

#. 가을서정, 혹은 쓸쓸함 (3구간)
 

찬샘정을 뒤로하면 곧 냉천골 버스종점이 나오는데 이곳이 3구간의 시작지점이다. 직선도로가 특징으로 약 7㎞ 정도다. 앞선 구간처럼 역시 잘 포장된 아스팔트가 주를 이뤄서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바로 엄청난 경사의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고산 바로 옆에 위치해 대지 자체가 높아 대청호를 제법 높은 곳에서 볼 수 있지만 우거진 나무가 시야를 방해한다.

단풍을 기다리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나무를 통과하는 바람에 쓸쓸한 기분까지 들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분명 힘든 구간이다. 또 산 때문이어서 그늘진 곳이 많아 약간 스산한 기분까지 든다. 1구간에서 아낀 체력과 2구간에 쏟고 남은 체력을 이곳에 쏟아 부어야 한다. 그야말로 체력전,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나 주변 곳곳에 보이는 시골길 같은 담백함이 기분을 달랜다.

아직 거두지 않은 황금빛 벼도 하나의 장관이다. 여기에 감나무에 앉아 밥을 먹는 까치가 나름 반긴다. 이런저런 풍경을 즐기며 돌파하는 것이 하나의 팁이다. 오르막의 끝자리엔 하얀색 개가 거주하는 개집이 나온다. 개집을 기점으로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이어진다. 내리막의 경사는 오르막의 경사와 반비례 하는 만큼 이곳에선 지친 체력을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 내리막이어서 근육의 긴장을 풀어 최대한 힘을 빼고 걸으면 된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3구간 막바지에 들어섰다고 보면 된다.

이곳에선 평지가 시작되고 보이지 않던 대청호가 다시 시야에 나타난다. 숨을 충분히 고르고 마지막 구간에서 쓸 힘을 아끼는 게 좋다. 특히 평지는 약 1㎞ 정도 되기 때문에 충분히 지친 다리를 쉬어줄 수 있다. 평지의 끝엔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적은 없다는 브라질 레스토랑인 더리스가 걷는 이들을 맞는다. 더리스는 잘 꾸며진 정원이 있어 이곳 벤치에 앉아 마지막 구간을 앞두고 잠깐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엔딩, 그 끝의 섭섭함(4구간)

더리스를 뒤로 하면 9㎞ 정도의 4구간이자 축제의 마지막 코스가 시작된다, 4구간의 특징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주를 이루고 아스팔트만큼 흙길이 많다는 것이다. 아스팔트보다 흙길을 걷는 게 지친 발에도 편하므로 이곳에선 제법 속도를 내도 괜찮다. 또 눈에 띌 정도의 오르막과 내리막도 없는 데다 육안으로 결승점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무리하게 속도만 내면 낭패를 보기 쉽다. 아울러 시야에 결승점이 보였다 사라지는 구간이 많을 정도로 리아스식 해안 같은 곡선이 결승점까지 이어지므로 무리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막판 체력 조절이 필수다. 곡선 흙길과 함께 볼거리가 매우 많다는 점도 이번 코스의 특징이다. 드라마 슬픈 연가의 촬영지는 물론 황새바위, 연꽃마을 등 대전에서 출사로 유명한 곳이 포함됐다.

추동습지공원

특히 대청호에서 억새로 가장 유명한 추동 습지공원도 이 코스에 위치했다. 억새가 제철이라도 맞은 듯 모습이 끝없이 이어진 데다 대청호와 바로 인접해 시원한 시야를 선물한다. 억새가 주는 쓸쓸한 분위기는 덤이다.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잠깐 시간을 투자해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어보자.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잠시 쉬는 것도 좋다.

추동습지공원을 지나면 다시 아스팔트와 만난다. 대전 동구와도 가까워진 만큼 곳곳에 식당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식당이 들어설 만큼 소소한 비경도 곳곳에 눈에 띈다. 아스팔트를 따라 약 6㎞를 걸으면 오른쪽엔 신선바위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신선바위는 대청호의 절경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풍경이 좋다. 정식 코스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코스와 멀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다면 잠시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신선바위 갈림길부터 목적지인 신상동 인공습지까지는 완만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1㎞ 조금 넘게 많은 만큼 마지막으로 속도를 올리는 걸 추천한다. 신상동 인공습지는 비점오염원(빗물 등에 의해 정확한 배출 원인을 알기 힘든 오염원)을 정화하기 위한 곳이지만 잘 조성돼 마지막까지 소소한 눈의 즐거움을 준다. 신상동 인공습지 입구 아래에 서면 축제의 대장정은 막을 내린다.
 

축제의 결승점인 신상동 인공습지

평점★★★★☆

대청호반을 걸을 수 있다는 점 하나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직선뿐만 아니라 곡선도 곳곳에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1~4구간 명경도 눈을 즐겁게 하며 금강로하스공원, 찬샘정, 더리스, 대청호자연수변공원, 추동습지공원 등 사진 찍기 좋은 곳도 군데군데 있다. 이번 축제 코스는 대청호오백리길 공식 구간 중 산길이 많이 빠져 있어 체력조절만 한다면 완주는 어렵지 않다. 다만 아쉬운 건 2구간이 포함된 코스가 변경됐다는 점이다. 대청호의 수위가 높아져 안전문제로 변경되긴 했지만 아쉬움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글=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사진=노승환·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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