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스케치) 대청호오백리길愛 빠지다

28일 금강 로하스 대청공원 잔디광장엔 채 물들지 못한 단풍들이 군데군데 푸른 빛깔을 품고 있었다. 이를 대신 하듯 ‘대청호오백리길 에코힐링 울트라 걷기대회’ 참가자들은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뽐내며 자연과 하나가 됐다.

대회 시작 전부터 잔디광장 주변은 어묵, 김밥, 파전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이들로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김 모(45·여) 씨는 “잘 먹어야 잘 걷죠. 30㎞ 완주를 위해선 튼튼한 다리와 강한 정신 외에도 준비할 것들이 많아요. 힘들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온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참가자들의 걷기 열정은 대단했다. 마음 앞선 참가자들이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리기도 전에 출발해 진행자가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해프닝이 일어날 정도였다. 시작은 활기가 넘쳤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 딱 걷기 좋은 날씨였다. 걷기 행렬 속엔 수많은 삶들이 피어올랐다. 장가 못간 아들이 걱정인 아버지, 승진을 하지 못해 아쉬운 이 대리, 본능에 충실해 다이어트에 실패한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주고 받았다.

 

카메라 렌즈에서 잠시 눈을 땐 이 모(57)씨는 “마음이 급하면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기 마련”이라며 “이 대회는 걷기라는 과정을 통해 풍경과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이 진면목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구간 깊숙이 접어들수록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솔길, 억새밭 등이 지나가는 이의 발목을 붙잡아 옴짝달싹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김상현(61) 씨는 하늘을 향해 인사하는 억새에 매료된 아내를 보며 “이제 속도 좀 냅시다. 20km 남았는데 더워지기 전에 열심히 가야 안 힘들지요”라고 애원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가을바람뿐이었다. 오솔길 옆 물 위를 헤엄치는 오리들은 한 고등학생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자리에서 망부석이 된 소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희미해져가는 가족을 향해 뛰어갔다.

 

결승점인 신상교를 향하는 마지막 산길은 오르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가팔라 걷기 마니아의 땀방울을 더욱 쥐어짰다. 쓰디 쓴 인내 뒤엔 달콤한 열매가 따른다고 했던가. 결승점에선 완주한 참가자들을 위한 격려와 함께 완보인증서와 메달이 전달됐다. 포토존에선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처럼 포즈를 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더불어 진행팀이 준비한 편육과 족발, 막걸리 등은 30㎞ 긴 여정에 지쳤을 완주자의 심신을 달랬다. 

 

완주한 참가자를 위해 메달과 악수로 격려한 이창기 한국걷기운동본부 이사장은 “시민들의 걷기 사랑에 큰 감동을 받은 시간이었다. 특히나 이번 걷기대회는 장애인 200명과 라이온스봉사단이 동행해 의미가 더 컸다”며 “다음 대회엔 대전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더 많이 참가할 수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30km 코스 1등, 2등 인터뷰

-1등 청주 공승영 씨

“출발부터 계속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청호오백리길 울트라걷기축제 30㎞ 코스에서 우승한 충북 청주의 공승영(56) 씨는 단순히 완보가 목표가 아니었다. 참가번호 3000번, 30㎞ 코스 첫 번로 참가신청 접수를 한 공 씨는 당연히 1등이 목표였고 4시간 48분 만에 30㎞를 돌파했다. 사람의 시속이 4㎞인 점을 감안하면 배 이상은 빠른 속도로 걸었다는 얘기다.

공 씨는 “축제 참가 이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했다. 매일 10㎞ 이상 걷는 것은 물론 축제 10일 전엔 운동강도도 올렸다”며 “꾸준히 몸을 단련할 수 있었던 게 1등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축제 참가를 결정했을 때부터 코스 숙지에도 노력했고 목표대로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어 기쁘다”며 “다음 축제에도 참가해 가장 먼저 결승점에 들어오고 싶다”고 말했다.

 

-2등 여성 참가자 이지윤 씨

양성평등의 시대이긴 하지만 사실 신체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한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청호오백리길 울트라걷기축제 30㎞에서 2등을 차지한 참가번호 3303번의 이지윤(여·42) 씨는 1등과도 불과 몇 분 차이에 불과할 정도로 남성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했다.

이 씨는 “사실 대회에는 처음 참가해보는 것이어서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결승점에 도착할 수 있어 기쁘다”며 “1등과 차이가 별로 없었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 씨의 기록은 처음 참가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인 3시간 49분으로 1등인 공승영 씨와 1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얼마나 치열한 경합이었는지를 가늠케 한다.

그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처음 대회에 참가하는 것인 만큼 조바심에 많은 운동을 했다. 매일 10㎞ 이상을 걸었고 주말엔 등산을 통해 체력을 길렀다”면서 “초반에 긴장해서인지 물을 많이 마셨던 게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잘 신체 리듬을 컨트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정재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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