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하늘은 높고 말이 살 찐다”라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알록달록 오색실로 수를 놓은 듯 붉게 물들어 가는 산등성이를 바라보면 마치 가을 산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여 가을이 안겨주는 행복감과 아름다움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처럼 붉게 물들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도로에는 차량들이 늘고 이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행복해야 할 시간이 짜증으로 변하기도 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교통이 막힐 시간도 아니고 막히는 구간도 아닌데 이상하게 차가 진행하지 못하고 도로가 정체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어느 지점을 벗어나면 다시 차량 소통이 원활해지곤 하는데 그 요인 중 하나를 불법 주정차에서 찾을 수 있다.

불법 주정차의 피해는 인도나 횡단보도 위의 주차는 보행자의 보행권을 침해하고 교차로나 도로 모퉁이의 주차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여 교통약자인 어린이나 노약자의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골목길의 무질서한 주차 관행으로 이웃 간의 주차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고 현장에 긴급 출동해야 하는 순찰차와 소방차의 출동로를 막아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금년 3월 대전 문평동 대덕우체국네거리 부근 편도 4차로 노상에 불법 주차된 화물자동차에 승용차가 충돌하여 승용차 운전자가 안타깝게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도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된 트레일러를 추돌하는 사고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등 불법 주정차로 인한 대형사고 까지 발생하고 있어 운전자의 바른 주차 인식이 필요하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주정차로 직접 연관되어 사망한 사람은 192명이고, 불법 주정차 연계형 사고 손실금액은 2015년 기준 약 2200억원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사고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교통흐름의 불편으로 차량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발생하는 연료비 손실이나 교통흐름악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따지자면 그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것이다

이러한 불법 주정차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차장 부족도 이유가 되겠지만 운전자의 주차문화 의식에서도 찿을 수 있다.

지난해 말 대전시 차량 대수는 64만 8000대로 1일 평균 약 50대 증가되고 있으며 시민 2.7명당 1대, 1가구당 0.9대로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주차 시 흔히 말하는 ‘볼일만 금방 보고 오면 되겠지’, ‘다른 차들도 하는데 괜찮겠지’, ‘설마 단속이야 하겠어’등과 같은 안일한 생각과 주변에 주차장이 있어도 가급적 최대한 목적지 근처에 주차하려는 잘못된 주차의식 대신 나부터 실천하고 배려하는 인식 변화가 선행된다면 불법 주정차는 줄어들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가 차에 함께 타고 있을 때 불법 주정차가 아닌 올바를 주차문화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 준다면 자녀들에게 주차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예기치 않은 순간 일어나는 것이 교통사고이지만 교통규칙을 잘 준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 또한 교통사고이다.

그 누군가 단속하고 신고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양심을 지키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성숙된 시민의식과 스스로 지키는 아름다운 주차 문화는 우리 모두에게 쾌적한 도로 환경을 만들고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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