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것. 이것이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다. 초등사회 개념사전에서는 정치를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 옛 공주의료원 활용방안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지금 공주에 제대로 된 정치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수사(修辭)만 난무할 뿐, 시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실질적 정치는 존재치 않는다 해도 과언 아니다.

공주시의회 의원 6명이 옛 공주의료원 활용계획과 관련해 오시덕 시장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홍중, 우영길, 이종운, 김동일, 배찬식, 김영미 의원 등은 31일 성명을 내고 옛 공주의료원 활용방안의 원점에서의 재검토 및 시민과 전문가 그리고 시의회가 참여하는 소통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공주의료원 이전 확정 후 무계획 방치, 리모델링 비용 폭증, 오 시장이 공개석상에서 발언, 시민들이 게시한 현수막 철거 등을 이유로 오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시의회의 스탠스다. 지난 1회 추경에서 32억 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승인해 놓고 이제 와서 ‘언제 그랬냐’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예결위를 통과한 예산을 본회의장에서 수정 발의해 삭감 처리한 것은 정도라 보기 어렵다. 수적 우위에 의한 밀어 붙이기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주시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11명의 의원 중 6명만이 집행부의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6명의 의원과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도 왜 지난 세월을 허송세월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2년 공주의료원 이전 계획이 확정된 이후 의회도, 시민들도 활용계획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었다. 그나마 집행부만이 이 문제에 대해 골몰해왔던 게 사실이다. 일부 의원들이 말하는 ‘허술한 여론조사’조차 집행부의 고심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그런 여론조사에 지금 반대에 나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일이 있는지, 지금 반대에 나선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의견개진에 나선 일이 있는지 솔직히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구도심을 살릴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해 보자는 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리모델링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의료원의 구조적인 문제이지 공주시의 문제가 아니다.

또 현재 흉물처럼 서 있는 의료원을 활용해가면서 충분한 논의를 할 수도 있는 문제다. 이것을 마치 집행부의 독단행정으로 밀어 붙이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공주의료원 활용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오 시장의 발언 또한 ‘사실 호도’이자 ‘시민 겁박’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아전인수 격이다. 흔히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고들 한다. 똑같은 정치인이면서 누구는 말을 해도 되고, 누구는 말을 삼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해 10월 공주의료원이 웅진동으로 신축 이전 후 시민 대상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평생학습관, 학생회관, 공주역사인물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행정역사관, 캐릭터 도시브랜딩 사업, 문화전시시설 등으로 활용하려는 공주시의 활용방안이 어떻게 수정될지, 얼마나 더 훌륭한 묘안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옛 공주의료원 자리는 조선시대 공주목 관아 터로 문화재보존구역이라는 점에서 국가기관 등의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의료원 기숙사 터는 발굴조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로 시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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