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중부대 한국어학과 외래교수

하늘이 해맑고 청명한 늦가을 날씨에 뒷 숲 찬바람이는 깊고 깊은 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자. 그간의 안부와 행복하게 잘 살아가자며. 참 아름다운 세상, 살 만한 사회를 함께 손 걸며 걸어가자며 정성스러운 편지를 쓰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붙이다’가 있다. 여러 가지 형태로 쓰는데 이는 문법의 사동사(使動詞)다. 우리말 사전엔 ‘서로 맞닿아서 떨어지지 않게 하다, 꽉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게 하다’라는 뜻이 있다. ‘닿게 하다’의 뜻으로써 ‘가까이 닿게 하다, 근접시킨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우표를 붙이다, 벽지를 벽에 붙이다, 닿게 하다 등이 그 사용례라 할 수 있다.

가까이 닿게 하다, 근접시키다, 벽에 책상을 붙이다 또는 회부하다, 기탁(寄托)하다, 기서(寄書)의 뜻도 있다. 예를 들면 의안을 총회에 올리게 한다고 할 때 여기서 ‘붙이다’는 의안을 총회에 붙이다, 가부간 표결에 달리게 한 것을 뜻하는 거부를 표결에 붙여 결정하자라는 뜻이다. 문학의 축전에 붙인다, 조국 순례 대행진에 붙인다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둘 사이를 어울리게 하다, 소개(매개)하다’가 있다. 예를 들면 화해를 붙이다, 흥정을 붙이다, 불이 붙게 하다, 점화하다, 담뱃불을 붙이다, 암수를 교미시키다, 발정한 돼지를 수컷과 붙이다가 그 예다.

또 ‘마음과 취미 따위를 몸에 붙게 하다’가 있다. 취미를 붙이다, 마음을 붙이고 살게 하다, 딸리게 하다, 배속시키다, 경호원을 붙이다, 싸움을 붙이다,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이다, 불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붙게 하다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깊어가는 이 가을 청마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를 감상하는 것도 큰 행복이리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로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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