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산맥체계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는 산맥 및 물줄기의 범위가 정확히 규정돼야 한다. 이는 육지 가운데 튀어 나온 양의 성분인 산과 산맥을 제외하면 낮은 지역인 음의 성분인 물줄기가 된다. 반대로 육지 가운데 음인 물줄기를 제외하면 양인 산과 산맥이 된다. 따라서 산맥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산맥만의 연구에 머물러서는 아니 되며 물줄기의 연구도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산맥과 물줄기의 구성을 세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산맥은 산의 연결됨을 말한다. 산은 봉우리와 능선으로 나타난다. 물줄기는 산에서부터 시작되는 계곡과 시내, 하천, 강, 바다 등으로 세분화해 표시할 수 있다. 풍수 및 전통지리학과 현대지리학에서 산의 크기(범위)에 대한 규정은 연구된 바 없다. 따라서 산들의 연결에 의한 산맥의 크기에 대해서는 더욱 규정하기가 어렵다. 이는 산의 높이는 측정하지만 넓이에 필요한 좌우의 규모에 대하여는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물줄기의 형태를 알면 산맥의 규모를 알 수 있다.

물줄기는 산 정상에서부터 작은 계곡들이 형성되며 그 계곡들이 모여서 산 아래 작은 시내를 이루고 좀 더 낮은 하류로 물이 흘러 여러 시냇물들이 모여서 하천을 이룬다. 하천은 모여서 강을 이루고 강이 모여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를 규모별로 요약하면 가장 작은 단위인 1단계는 골, 계곡, 도랑, 구거 등은 계곡으로 대표하고 2단계는 개울, 시내 등은 시내로 대표한다. 3단계는 개천, 천, 하천 등은 하천으로 대표하며 4단계는 하천들이 모이는 강이 대표가 되며 5단계는 동해와 서해, 남해인 바다가 된다. 이처럼 물줄기의 규모가 계곡, 시내, 하천, 강, 바다 등 5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면, 이에 반대 개념인 산줄기의 규모도 5단계로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산줄기의 규모는 이웃하는 좌우의 물줄기의 규모에서 결정된다. 이는 산과 산 사이에는 물줄기가 있고 물줄기와 물줄기 사이에는 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산줄기를 분석하려면 양쪽에 위치하는 2개의 물줄기를 함께 살펴야 한다. 물줄기의 규모에 따라 5단계로 산맥의 규모를 구분할 수 있다. 산맥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1차 산맥은 가장 큰 물줄기인 바다와 바다 사이에 위치하며 다시 말해 바다와 바다를 나누게 된다. 백두대간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한반도의 지형에서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은 가장 큰 산맥으로 막연한 해석이었다. 지금부터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물줄기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바다와 바다 사이에 위치하며 동해 바다와 서해 바다를 구분하는 산맥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2차 산맥은 강과 강 사이에 있으며 강과 강을 구분한다. 예를 들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생가 터 앞을 지나는 한금령은 한강과 금강을 구분하는 산줄기로 2차 산맥에 포함됨을 알 수 있다. 전통지리에서는 한강 남쪽, 금강 북쪽 산맥의 개념으로 한남금북 정맥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물줄기의 규모가 중간인 하천과 하천 사이에 있으며 하천과 하천을 구분하는 산줄기를 3차 산맥이 된다. 대전의 갑천과 유등천 사이에 있으며 갑천과 유등천을 구분하는 산줄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산으로 장태산과 월평공원을 지나 둔산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또 4차 산맥은 시내와 시내 사이에 있으며 시냇물과 시냇물을 분리하고 구분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규모인 계곡과 계곡 사이에 있으며, 계곡과 계곡을 분리하는 산줄기가 5차 산맥이 된다.

한반도 대부분의 산이 5차 산맥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산맥에 대한 연구는 1차 산맥인 백두대간과 2차 산맥인 정맥에만 관심을 두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은 4·5차 산맥에 위치하며 그 중요성에 대한 관심은 계속돼야 한다. 대한민국을 이루는 전체 산맥과 물줄기가 어느 한쪽에 편중됨이 없이 모두 소중함을 깨달아야 하며 각각의 산맥과 물줄기에 대한 역할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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