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옛 공주의료원 활용계획을 둘러싼 논란은 지역 정치인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공주의료원 이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지난 2007년 언저리다. 충남도는 이즈음 공주의료원과 홍성의료원 등 도내 4개 의료원에 대한 이전 계획을 수립했고, 공주시는 2008년 이전 부지 물색에 나서 웅진동 253-2번지 일원을 최종 확정했다.

그리고 공주의료원 이전계획 확정 후 4년 만인 2016년 10월 병상만도 종전보다 1.6배 늘어난 362병상 규모로 완공돼 본격적인 웅진동 시대를 열었다. 1910년 관립 공주자혜의원으로 출발한지 꼭 106년 만에 낙후 이미지를 벗고 새 출발하게 됐다.

공주의료원 이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당시의 화두는 원도심 공동화였다. 의료원 관계자들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강북으로의 이전을 희망했으나, 결국 도시 균형발전을 고려해 강남인 웅진동에 둥지를 틀게 됐다.

시는 옛 공주의료원을 약 66억 원에 매입해 시 보건소 이전 및 시민사회단체 사무실, 시청 사무실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지난해 10월 여론조사를 거쳐 활용계획을 수정했다.

평생학습관, 학생회관, 공주역사인물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행정역사관, 캐릭터 전시관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나, 일부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기관유치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 보자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문제는 리모델링 비용이다. 당초 32억 원을 편성했던 비용은 1976년 개원 이후 40여 년간 단 한 차례도 리모델링을 실시하지 않았을 정도로 낙후된 데다, 이런저런 시설계획이 추가되면서 비용도 크게 늘어 130억 원을 넘어서게 됐다.

공주시의 주먹구구식 리모델링 비용 산정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원이 빠져나간 시로서는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한 비판이 일 것을 알면서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한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시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어떻게든 의료원 건물을 살려보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시의 이 같은 고민을 무턱대고 ‘졸속’으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도 일부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 오시덕 시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태도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핵심 사업의 파행 책임을 전적으로 집행부에 돌리려는 무책임한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집행부의 독단적인 불통행정으로 인해 원도심 활성화의 가장 핵심 사안인 옛 공주의료원 활용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고 너스레를 떠는 것은 스스로 누워 침 뱉는 꼴이다.

외려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일부 시의원들의 말처럼 집행부가 그간 허송세월 했다면, 본인들 스스로도 그간 뭘 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의료원 이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지 10년, 그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본인들 스스로 못났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그 잘난 전·현직 국회의원과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지역 정치인 모두 의료원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 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관심 밖이었던 시민들의 책임도 크다.

옛 공주의료원 자리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관청이 있던 것으로 추정돼 문화재 보호를 위한 고도보존지구다. 한 번 헐면 다시 지을 수 없는 만큼 현재로써는 리모델링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의료원 활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부기관 유치도 이 지점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향후의 재산가치와 임대료, 계속적인 입주 가능성 등을 꼼꼼히 다져야하는 외부기관들로서는 입주 적지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외부기관 유치를 마치 정답인양 외치는 것은 정치적 수사이자, 공허한 메아리라는 것이다.

시민공청회 등을 열기로 했고, 때가 한참 늦었지만 지역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진 만큼 지켜볼 일이다. 의료원 활용방안이 어떻게 수정될지, 얼마나 더 훌륭한 묘안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