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대 명예교수

 

신헌조의 사설시조 ‘각시네 더위들 사시오’
 

각시네 더위들 사시오 일은 더위 느즌 더위 여러 해포 묵은 더위
오륙월 복 더위에 정(情)에 님 만나이셔 달 발근 평상(平牀) 우희 츤츤 감겨 누엇다가 무음 일 하엿던디 오장(五臟)이 번열(煩熱)하여 구슬땀 들니면서 헐덕이난 그 더위와 동지달 긴긴 밤의 고은 님 픔의 들어 다스한 아람목과 둑거온 니블 속에 두 몸이 한 몸 되야 그리져리하니 슈죡이 답답하고 목굼기 타올 적의 웃목에 찬 슉늉을 벌덕벌덕 켜난 더위 각시(閣氏)네 사려거든 소견(所見)대로 사시압소
쟝사야 네 더위 여럿 듕에 님 만난 두 더위난 뉘 아니 됴화하리 남의게 파디 말고 브대 내게 파라시소

더위 팔기를 제재로 성애를 묘사한 장시조다. 대화체 형식으로 돼 있고, 여기에서 더위를 사는 사람은 각씨네다. 더위 팔기는 정월 대보름날 아침 만나는 사람에게 ‘내 더위, 내 더위’하며 더위를 파는 세시 풍속이다.

한여름 복날에 평상 위에서 벌이는 남녀의 애정으로 해서 생기는 더위와 한겨울 동짓날 긴긴 밤 이불 속 애정으로 해서 생기는 더위 중에서 소견대로 사시라는 것이다. 번연은 온몸이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목굼기는 목구멍을 말한다.

각씨는 님 만난 이 두 더위는 남에게 팔지 말고 부디 내게 팔라는 것이다. 인간의 본원적 욕구인 성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셋괏고 사오나온 져 군로의 쥬정보소
반룡단 몸똥이에 담벙거지 뒤앗고셔 좁은 집 내근(內近)한대 밤듕만 들녀들어 자우(左右)로 츙돌하여 새도록 나드다가 제라도 긔진(氣盡)턴디 먹은 탁쥬 다 거이네
아마도 후쥬를 잡으려면 져놈브터 잡으리라

이도 성행위에 대한 묘사다. 셋괏다는 아주 드세다는 의미이며, 군로는 죄인 다루는 일을 맡아보는 조선시대 군대의 병졸을 말한다.

굳세고 사나운 군졸은 남자의 성기를 비유한 것이며 그것이 주정을 부린다는 것이다. 반용단 몸똥이 덤벙거지 뒤로 젖힌 모습 역시 남자 성기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좁은 집의 내밀한 곳도 물론 여성의 성기를 지칭한 것이다. 좁은 집의 내밀한 곳으로 달려들어 행패를 부리다가 기진맥진해 먹은 탁주를 토하고서 주정을 부리는 놈이니 저 놈부터 잡아야 한다고 했다. 탁주는 막걸리 빛깔인 남자의 정액을, 후주는 술에 취해 정신없이 술주정하는 것을 뜻한다. 술 취한 군로의 행패를 제재로 해서 남녀의 성행위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이 두 시조는 신헌조의 시조집 ‘봉래악부’에 나오는 장시조로 강원도관찰사 재임 시절(1802~1807)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시조 25수 중 12작품이나 되는 많은 장시조를 남겨놓았다. 여기에는 서발(序跋) 없이 작품만 수록돼 있다.

각 작품을 가곡의 5장 형식으로 구분해 수록한 것을 보면 음악 연행을 염두에 두고 창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는 성에 대해 금기시됐던 성리학의 틀에 갇혀 지내던 시대였다. 많은 장시조 작품들에서 이런 가사들이 나타난 것을 보면 19금 가사말이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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