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기관] 한전, 강원랜드 등 일반근로자 2.2배 연봉받으며 일해?

한국마사회, 강원랜드[035250],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채용비리가 적발되거나 의혹이 제기된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이나 복리후생비, 근속연수 등이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선망의 대상인 공공기관 중에서도 특히 '괜찮은 일자리'인 셈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하는 이들 공공기관의 높은 임금과 복리후생비, 직업 안정성 등이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 문화, 허술한 내부시스템 등과 엮이면서 채용비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채용비리가 불거진 23개 공공기관의 임직원(기관장 포함) 평균 연봉은 7천403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9월 한국디자인진흥원, 대한석탄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서부발전, 강원랜드, 부산항만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해양환경관리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1곳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

이외에도 원자력문화재단, 전략물자관리원, 로봇산업진흥원,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전KDN, 한전KPS[051600], 한전원자력연료,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마사회 등 12개 기관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채용비리가 드러났거나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들 23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전체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6천635만원) 대비 11.6% 많은 수준이다.

비리의혹기관 중 마사회의 평균 연봉이 9천50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부발전(9천85만원), 중부발전(8천979만원), 수력원자력(8천970만원), 남부발전(8천872만원) 등 한전 자회사 등도 평균 9천만원 전후의 고임금 구조로 나타났다.

도로공사(8천9만원), 토지주택공사(7천628만원), 부산항만공사(7천297만원) 등도 평균 연봉이 7천만원을 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근로자 1천544만명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평균은 3천387만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정규직 평균연봉은 6천521만원이었고, 중소기업 정규직은 3천493만원이었다.

기관장과 임원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들 채용비리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이 전체 근로자의 2.2배에 달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을 능가하는 셈이다.

신입직원의 초임 연봉도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의 평균이 3천388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3천358만원)에 비해 소폭 높았다.

채용비리 의혹 기관 중 한국석유공사(2천885만원)와 토지주택공사(2천716만 원)를 제외한 모든 기관의 신입사원 초봉이 3천만원을 넘었다.

매번 과도하다고 지적받는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다.

전체 공공기관의 연간 1인당 복리후생비(무상지급 기준)는 244만9천원인 반면, 비리 공공기관은 1인당 350만4천원으로 무려 43% 더 많았다.

강원랜드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479만7천원으로 전체 353개 공공기관 중 6위였고, 한국마사회는 323만 7천원으로 10위 내에 들었다.

강원랜드와 마사회 외에도 비리 연루 공공기관은 경조비 및 유족위로금, 기념품비, 문화여가비, 보육비, 선택적 복지제도, 학자금, 행사지원비 등 대부분의 복리후생비 항목에서 전체 공공기관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렸다.

평균 근속연수는 전체 공공기관이 10.2년인 반면,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기관은 13.5년으로 3.3년가량 더 길었다.

대한석탄공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무려 22년에 달했고, 토지주택공사(18.4년), 한국전력공사(17.8년), 한국도로공사(16.4년) 등도 직업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채용비리 공공기관들은 전체 공공기관에 비해서도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비 혜택을 누리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인 셈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봉이 높다는 것은 공공기관이 국민의 눈에 숨어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라며 "법적으로 수익을 보장해주니 채용비리를 저질러도 회사가 굴러간다. 공공기관의 이같은 높은 처우는 채용비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비리는 이처럼 민간이나 다른 공공기관들을 압도하는 근로여건으로 이들 공공기관에 취업을 청탁하는 이들이 몰리지만, 허술한 내부시스템과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문화'로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장 자체가 정관계 출신 낙하산이 많아 도덕적 정당성이나 업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고,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 준 정계나 관계의 청탁 등을 거절하지 못해 구조적으로 채용비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들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23개 기관의 현재 재임 중인 기관장의 출신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절반이 넘는 12명이 이른바 낙하산으로 분류됐다.

이중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 등 9명이 '관피아(관료+마피아)'였고, 친박계 국회의원 출신인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등 3명은 '정피아(정치권 인사+마피아)'로 나타났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채용비리는 입직 경로의 투명성이 떨어지거나 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기관장 자체가 낙하산이다 보니 그런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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