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축골 돌탑과 버드나무 [대전 동구 신촌동 '5구간']

‘대청호오백리길… 그곳에 가면’을 맡기로 하면서 일주일의 시작은 기상청을 담당하는 후배 기자에게 “금요일 날씨 좀 봐 줘”였다. 아무리 좋은 곳을 찾아가 멋들어지게 사진을 찍는다 한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다 소용없기 때문이다.

날씨 걱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시즌1·2를 맡았던 3명의 선배들은 항상 갈 때마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봄엔 황사, 여름엔 장마, 가을엔 미세먼지, 겨울엔 눈이 선배들을 괴롭혔다. 선배 중 한 명이 구름을 몰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시즌3인 대청호오백리길… 그곳에 가면의 첫 취재지를 갔을 때 구름을 몰고 다니는 선배가 한 번 동행한 적이 있는데 폭설로 발을 내딛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시즌3를 맡으면서도 ‘혹시 날씨가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즌3는 가는 날마다 항상 청명한 날씨였다. 월요일에 금요일 날씨가 흐리다고 해도 걱정이 없었다. 목요일 쯤 되면 금요일 날씨는 항상 맑을 거라 변경됐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에 비가 온다고 했고 목요일까지 변경이 없었다. 금요일 오전에도 흐린 날씨였고 가을비가 뉴스에 나왔다.

이번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러나 취재 당일에 취재지를 바꿀 수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우중충한 날씨에 길을 나섰다. 길을 나서면서도 날씨는 좋지 않았고 선배와 함께 걱정이 태산이었다. 취재지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날씨는 좋지 않았다. 몇 장을 찍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어두운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정말 천운이라고 할 정도였다. 다시 흐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후 단 한 번도 구름은 해를 가리지 않았다. 만약 구름이 걷히지 않았다면 해당 사진을 썼을 지도 모른다. 방축골 돌탑의 B컷은 흐린 날씨로 정했다. 메인으로 나간 사진과 비교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구름을 몰고 다니는 선배는 부정하시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다.

“이기준 부장님, 이젠 부정하시지 마세요. 가시는 날마다 날씨가 정말 안 좋습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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