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권 본부장

 

“… 한국이 대북대화 구걸하는 거지같다는 그런 얘기가 나왔겠습니까.”(질의)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답변)

“최근에 KBS나 MBC에서 불공정 보도한 것 보신 적 있습니까.”(질의)

“꽤 오래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습니다.”(답변)

지난 9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야당 의원들과의 벌인 설전 가운데 일부 어록이다.

이날 있은 국회답변에서 이 총리의 평가는 한마디로 A플러스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시종일관 침착하게, 품위를 잃지 않고 노련한 답변으로 일관한 이 총리의 자세에 국민들은 신뢰의 눈길을 보냈다.

앞서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짜증’ 발언에 대해 “짜증이 아니라 질책”이라고 공개 질책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세 총리로 부각되고 있는 이 총리의 발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보지 못했던 국정 제2인자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이 총리의 행정수도 개헌 발언과 관련한 발언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충청권 민심이 술렁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총리의 부정적 시각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올해 초. 이 총리가 처음 주재한 ‘세종시 지원위원회’에서 ‘세종시 지원방안’을 빠뜨린 것.

이 같은 연장선에서 지난 9월 이 총리는 국회 정부질의에서 행정수도 개헌과 관련해 “국회가 논의해 합의될 경우 결과에 따르겠다”고 답하는 등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답변은 국정운영 질의에서 국민들로부터 얻은 ‘사이다 답변’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에 대해 “다수의 국민이 동의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걸까. 이 같은 이 총리의 발언 뒤 10·26 정부대책 30대 과제가 발표됐다.

정부는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행사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골자로 한 자치분권 로드맵 5대 분야 30대 과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세종시의 ‘옥동자’는 쏙 빠졌다. 더구나 세종시와 양 축으로 지목됐던 제주도는 추진과제가 쥐어졌다.

파장은 불거지고 성난 민심을 지역 언론에서는 연일 쏟아냈다. ‘뒤통수’맞은 충청권 민심이반은 곳곳에서 표출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흔들 수 있다는 여론조사까지,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해 “정부의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답변 등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따라서 ‘행정수도 개헌을 뒤집는 수순’이라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이 총리의 행보에 충청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임종석 비서실장 등 권력실세가 충청권 민심 추스르기에 나섰다.

그러나 행정수도 개헌과 관련해 그동안 이반되고 있는 민심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우선 ‘행정수도 세종시 명문화’와 일치하는 정부의 세종시에 대한 재인식필요와 10·26 대책에서 빠진 로드맵의 수정이 있어야 된다.

그동안 불신을 키운 이 총리의 발언, 즉답을 피하고 모호한 입장으로 헷갈리게 한 것은 사실이다. 무게감 있는 총리의 발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의 생명은 타이밍이다. 이 총리의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과 관련한 법적명문화 발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종=서중권 본부장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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