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 대각선 주름, 치매와 연관’ 연구결과가 가져온 후폭풍

#. 40대 후반 직장인 곽 모 씨는 거울 속 자신의 귓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귓불에 대각선으로 진한 선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귓불에 대각선 주름이 있으면 치매 등 인지장애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뉴스가 생각난 곽 씨는 다가올 건강검진이 두렵기만 하다. 평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왔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을 떨치기 어려워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때아닌 귓불 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한 의학뉴스가 발단이 되면서 시작된 보기 드문 풍경엔 ‘혹시 내게도 치매가 오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늙어가면서 발생하는 하나의 현상인 줄만 알았던 귓불의 주름이 치매의 징후일 수도 있다는 한 연구결과가 불러온 뜻밖의 파장에 병원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귓불의 주름은 20~30대에선 보기 힘든 현상이다. 의학계에서도 이 주름은 50~60대 중년 세대의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연말을 앞둔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 하나를 던졌다. 경희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치매 등 인지장애와 혈관성 환자 471명을 분석한 결과 60%(279명)에서 귓불에 대각선 주름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대각선 귓불주름의 존재 여부는 혈관성 치매인 대뇌백질변성의 심한 정도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기도 한 베타-아밀로이드 양성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정리했다. 귓불의 주름이 단순한 노화의 징후라기보단 치매 가능성을 알려주는 척도라는 거다.

이 때문에 요즘 병원엔 건강검진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전화부터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저희 병원에도 하루에 2~3건씩 문의전화가 들어온다. 일일이 자세히 설명하기가 곤란해 방문 상담을 권하고 있다. 여기도 이럴진대 종합병원이나 규모가 있는 병원엔 이보다 더 많은 문의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귓불에 주름이 있는 사람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만 놓고 확실히 단정하기 어렵다며 보다 정밀한 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것을 강조한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귓불에 주름이 생겼다면 인지장애, 특히 대뇌의 백색 변성·대뇌의 허혈성 질환과 치매 물질이 쌓였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주름을 발견한다면 병원을 방문해 뇌와 심장을 정밀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의료 전문가는 치매는 정확한 발병 원인 파악이 어려운 만큼 평소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호성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장은 “흡연, 음주, 고지방 고열량 음식 등을 피하고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걷기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 독서나 취미 등 무언가를 배우며 뇌를 자극할 수 있는 두뇌활동, 가족이나 친구·취미·종교 등 친목모임 같은 사회활동을 지속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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