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잘 모르고 정치도 잘 모르지만 이 시점에 시장을 중도하차케 한 것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차라리 진작에 판결하든지, 잔인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저 멍할 뿐이다.”

대전시 한 공무원의 넋두리다. ▶관련기사 3·4면

노심초사, 좌불안석, 탄식, 허탈 그리고 근심. 14일 대전시청에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민선 6기를 이끌어온 선장 권선택 시장의 직위 상실이 확정되면서다. 이른 아침부터 좀처럼 일손을 잡지 못하던 공무원들은 불안감 속에서도 설마했지만 대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인용하자 잠시 넋이 나간 표정을 보였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출근시간 승강기안에서부터 휴식공간까지 둘 셋 모인 자리에서는 여지없이 오전 10시 10분으로 예정된 권 시장의 판결로 이목이 쏠렸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던 어제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나름 의견을 내면서 권 시장의 운명을 점쳤다. 권 시장 자신도 흔들림없이 모든 일정을 평상시처럼 소화했던 터다.

그러나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대법원 판결이 타전되자 침통과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유·무죄를 예단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내부 관측이 우세했지만 기대감이 뒤집혀 버린 탓일까.

권 시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시청 내부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를 보였다.

한 공무원은 “예상과 다른 결과에 당황스럽다”며 “민선6기 길게는 3년 가까이 준비기간을 거친 사업들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직원들 사이에선 (권 시장)‘사람 참 좋다’는 평이었다”며 “행정가로서 유능했지만 정치에 발목이 잡힌 점이 참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

일각에서는 피선거권 10년 박탈이 가혹하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한 공무원은 “정치인에게 10년간 선거 출마 금지는 사실상 정치생명을 끊어 놓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장의 부재 속에서 흔들림 없는 시정을 다짐하는 의지도 엿보였다. 한 공무원은 “행정부시장이 오전 긴급간부회의를 통해 하던 대로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다만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부분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 시장의 낙마가 대전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유통된 이날, 각계각층의 논평이 쏟아진 가운데 공무원들과 시민들 사이에선 일부 반응에 대해 도를 넘어선 수준 이하의 언행이라며 일갈하기도 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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