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순 시조시인 '달빛 마디를 풀다', '고래가 사는 우체통' 출간

거북이

엎드려서

생의 절반

그러안고

누군가

스쳐 지나간

돌부리

그러안고

옛 절터

깊은 꽃그늘

넌지시

품어 안다

-‘달빛 마디를 풀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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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이 고향인 김광순 시조시인(전 대전시조시인협회장)이 2017년 겨울의 문턱, 자신의 시 세계를 녹여낸 두 권의 작품집, ‘달빛 마디를 풀다’(도서출판 천년의시작)와 ‘고래가 사는 우체통’(도서출판 고요아침)을 상재했다.

‘달빛 마디를 풀다’는 대전문화재단으로부터 예술창작지원금을 받아 빛을 보게 된 시조집으로 ‘녹두꽃 읽다’, ‘첫 울음을 밟는다’, ‘무거운 입’, ‘붉은 시간’을 비롯해 그녀가 최근 5년간 지은 신작 60편이 실렸다.

2003년 ‘물총새의 달’(한국문화예술진흥기금 수혜), 지난해 ‘새는 마흔쯤에 자유롭다’(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올 상반기 세종도서)에 이어 세 번째로 출간된 이번 시조집은 도서출판 천년의시작의 기획시리즈 ‘천년의 시조’ 1004번째 작품집이다.

김광순 시조의 소재와 배경이 되는 것은 자연이며, ‘삶 자체가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이 녹아있다. 그녀의 시 쓰기는 인간의 불완전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자연에 동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서정화하는 작업으로 해석된다.

송기한 문학평론가(대전대 교수)는 “김광순의 시조는 단순히 풍경화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화자는 독립적인 주체로서 자연을 노래하지 않고 자연과의 동일화를 꿈꾸며 노래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환경의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오늘날, 그녀는 자연과 인간이 경쟁관계에서 벗어나 서로를 토닥이며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란 사실을 환기시켜준다”라고 평했다.

‘고래가 사는 우체통’은 도서출판 고요아침이 전국의 시조시인 100명을 엄선해 기획한 현대시조 100인선 선정작으로, 198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한 후 지난 30년간 그녀가 발표한 작품들 중 ‘놀뫼 낮달’, ‘뼈마디 하얀 시’, ‘동백이 내게 와서’, ‘문필봉이 나를 향해’ 등 60편을 수록했다.

절대적인 자연 앞에서 되새겨보는 자유로운 새들의 시적 긴장을 풀어 시선집을 엮은 그녀는 자전적 시론 ‘시조와의 미학적 공존’을 통해 모국어에 대한 심미성과 시작(詩作)의 배경인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 그리고 밑뿌리 든든한 언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시 세계를 드러냈다.

‘간결한 문장과 은유적 장치로 묵은 나뭇가지에 꽃을 피워내는 시조시인’이란 평가를 받는 김광순은 한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한국시조작품상·대전문학상·한남문인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 대전문학진흥협의회 공동대표, 한남문인회 사무국장 등을 맡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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