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특별관리 대상자들의 시험장소인 대전맹학교엔 시험장을 알리는 현수막만이 내걸린 채 고요함을 더하고 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정상대로라면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려야 할 대전지역 내 일부 학교들이 예년과 달리 한적하다. 곳곳에 붙어 있어야 할 응원 문구도 찾아보기 어렵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23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포항 지진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과 수능 연기에 따른 크고 작은 혼선이 하루를 함께했다. ▶관련기사 3·8면

16일 오전 7시 50분. 지역 특별관리 대상자들의 유일한 시험장소인 대전맹학교엔 ‘대전시교육청 제27지구 제25시험장’이란 현수막만이 펄럭이고 있었다. 인적은 드물고 학교 안은 적막만이 흘렀다. 근처 제7시험장인 가오고등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험장 학교로 지정된 곳은 이날 모두 휴업 상태였다.

천재지변에 따른 갑작스러운 수능 연기는 사상 초유의 일. 수능 열기 대신 수능 연기로 인한 크고 작은 혼선이 이날 하루를 분주하게 오갔다.

수험생 A 양은 “모든 계획이 당초 수능 예정이었던 16일에 맞춰져 있었다. 이에 약을 먹으면서까지 생리주기를 조절했는데 이를 되풀이해야 해야 되는지 걱정이다. 평소 생리 때가 되면 통증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속상해했다.

군 복무 중인 B 씨는 “며칠 전부터 휴가를 받고 수능준비를 하고 있다가 부대로부터 복귀를 명 받았다”며 “내주엔 같은 사유로 휴가를 쓸 수 없다. 얼마 되진 않지만 나름의 준비를 한 게 헛수고로 돌아갈까 우려스럽다. 개인 휴가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B 씨와 같은 현역 장병의 경우 걱정을 놔도 됐다. 국방부는 이날 수능 연기에 따른 후속조치로 법무부, 병무청 등과 협의, 수능시험에 응시한 군인, 수형자 등이 연기된 시험에 문제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비소집일, 수능 시험일, 귀대일 등을 고려, 최대 4일의 공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수능 이후 계획했던 여행이나 성형 등은 연기와 취소 사이를, 문제집 등을 찢거나 버려 새로 책을 구입해야 하는지 등 작은 딜레마에 빠지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수험생들은 결전의 날을 두 번 맞아야 하는 실정에 놓여 힘들겠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탓보단 눈앞의 수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에 대다수 학생들은 도서관이나 학원으로 발길을 향했다. 대입 학원 역시 여기에 발맞춰 수험생들이 수능 직전까지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수강 기간을 늘리기도 했다. 정상적인 등원부터 보강 수업 등 기존 수업 일정으로 편성,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기온 제일학원 이사장은 “일주일 더 같은 패턴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 전날엔 핵심사항을 마무리하고 무리해서 암기하거나 꼼꼼히 다시 보는 것 보단 책들의 내용을 회상해 보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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