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 찬연한 甲寺, 그래 가을엔 갑사가 갑이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잎이 허공을 날더니 바닥에 닿는다. 이제 가을이 가려나 보다.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가을이 아쉽다고 했더니 지인이 그런다.

"고이 보내 드리는 게 인지상정."

휑한 마음은 낙엽으로 가득 채우고 이제 가을을 배웅한다. 만추,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섰으니, 가까운 곳으로 나간다.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라 불릴 만큼 충남에서 널리 알려진 가을사찰, 공주 갑사로 간다.

 

 

#1. 

유성 대전월드컵경기장 방면으로 시내를 통과한다. 공주 방향으로 지나는 국립대전현충원 앞에서 고개를 휙 돌렸다. 현충원에도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다. 내부 둘레길도 잘 정비 돼 있어 주말 산책에 그만이다. 

다시 앞을 보며 공주 방면으로 빠져 나간다. 공주 반포면 박정자삼거리 계룡산 동학사 입구를 지나 32번 국도를 달린다. 주말 교통량이 많지만 잘 닦여진 길이라 라이딩에 무리가 없다. 최근 2차로에서 공사가 잦아 주의할 필요는 있다. 

마티터널을 통과해 청벽대교를 앞두고 '계룡산국립공원 갑사' 방면으로 우회한다. 다리 아래에서 갑사 방면으로 좌회전, 691번 지방도 왕흥장악로를 따라 진행한다. 한적한 시골길에 완만한 커브길이 이어지며 기분이 들뜬다.

#2.

중장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면 갑사 방면이지만 좌회전해 은행나무 길을 달린다. 온세상이 노랗다. 늦은 가을이라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래서 더 은행잎이 빛난다. 
갑사 방면 오르막길에는 붉은 물결의 단풍나무가 빼곡하다. 이래서 ‘추갑사’라 하나 보다.

 

갑사 입구 은행나무길.

대전에서 약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갑사, 천왕문을 지나 돌아보니 사람이 빼곡하다. 저마다 가는 가을이 아쉬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도 햇빛을 나누어 받은 단풍에 넋을 잃는다. 

이 절의 매력은 화려한 풍광뿐만 아니다. 길이 12.47m 폭 9.48m에 이르는 초대형 괘불화 국보 제298호 삼신불괘불탱화와 보물 제478호 동종 등 5종 등 다양한 문화재를 품고 있다. 갑사는 단풍이 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 절간 고유의 고즈넉함을 되찾을 것이다.

#3.

갑사를 감상하고 바로 돌아가기 아쉬워 길을 나선다. 지나온 은행나무길에서 공주논산 방면으로 우회전, 아담한 계룡저수지를 좌로 두고 갑사로를 달린다. 계룡초등학교 앞에서 천안, 공주방면으로 우회전 잘뻗은 23번 국도를 타고 세종으로 들어선다.

신공주대교를 지나 송선교차로에서 우회전 36번 국도로 옮겨타며 세종 시내로 들어선다. 2-1생활권을 관통해 세종시의 명물, 호수공원에 들른다. 주말에는 공원 앞 차로에 차량통행이 제한돼 국립세종도서관에 주차 후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갑사로 인근 담벼락.

 

#4.

한 낮의 온도가 영상 10도 내외다. 어느새 두꺼운 옷을 껴입어야 하는데 푹푹 찌는 여름은 흐르는 땀을 핑계로, 코끝이 차가운 겨울은 손끝이 아리는 추위에 자연스럽게 탑승 횟수가 줄어든다.  

무색해지긴 했지만 나름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우리나라에서 바이크를 탈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우리는 많은 공을 들인다. 시간과 계절은 기다리지 않고 흘러가는데 말이다. 내 생에 가장 젊은 오늘, 추억을 남겨 다시 쉴 기회를 주는 것도 좋겠다.

<홍성후 대전 유성구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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