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11월 3주차 브리핑>

최근 목사직 세습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 최대 장로교회, 명성교회의 예배 장면.

명성교회 세습 논란 …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세상의 근심거리로 등장한 지 오래지만, 교회와 관련한 또 한 가지 어두운 그림자가 지난 한 주간 내내 한국사회를 뒤덮었다.

- 신도수 10만, 연간 예산규모 350억의 대한민국 최대 장로교회 명성교회가 목사직 세습을 단행, 교계 안팎에서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지난 11일 본인의 원로목사 추대 및 담임목사 위임예배를 열고 아들인 김하나 목사(새노래명성교회 담임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줬다. 본인이 총회장을 지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헌법의 세습 금지 조항에도 어긋나고, 그간 수차례 세습 시도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절대 세습하지 않겠다”던 본인의 약속과도 어긋난 결과였다. 이날 김삼환 목사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한 듯 아들에게 안수기도를 하며 “(세습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세상의 소리이며,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이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우려가 우리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권면했지만, 비난을 덮기엔 역부족이었다.

- 먼저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영표가 포문을 열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축구 외의 사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이영표는 13일 자신의 SNS에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SNS 글을 통해 “오늘 수십 년 동안 한국교회를 대표했던, 어쩌면 존경받는 모습으로 떠날 수 있었던 한 목사의 마지막 퇴장이 비참하게 ‘세습’이라는 이름으로 끝나고 말았다”면서 “퇴장하는 모습 그대로 이미 한국교회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재등장했다”고 김삼환 목사의 세습을 비판했다. 교계 내의 비난도 잇따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 7개 신학대학이 17일부터 세습반대 서명운동과 기도회에 돌입했고, 전국신학대학원 연합회 주최 세습반대 기도회가 14일 서울 장로교신학대에서 열린 데 이어 호남신학대는 21일부터 매주 화요일 반대 기도회를 계획하는 등 곳곳에서 세습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총회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신중한 태도를 버리고 지난 14일 임원 회의에서 ‘교단 헌법 내 세습 금지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내용을 결의하는 등 명확한 세습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 인터넷에서는 보다 적나라한 어조의 비난이 쏟아졌다. 루리웹 뉴스게시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련 댓글마다 교회의 타락과 세속화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실제로 “지옥이 있다면 너희 타락한 교인들이 가장 먼저 입주하게 될 거다 (평생솔로4)”, “있다고 믿지도 않을 겁니다. 믿으면 저럴 리가 없죠 (뭉게구름이)”, “지옥에 가서 여기가 천국이라고 구라치면서 장사 시작하겠죠. (29lv)”, “예수이름 팔아 돈 버는 도둑들. 성경책에도 나오잖아요. 거짓선지자라고. (철가면)”, “저걸 신도들이 막아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는 목사의 신성화가 지나쳐서 그 누구도 못 막음 (굉장한 석양이야)”, “안 저런 대형교회가 있나요? 이미 저렇게 굳어진 듯. 목사가 왕, 목사아들은 왕세자임. 그들만의 왕국 (맛스타헌터3rd)”, “가업이 ㈜예수 ㅋㅋ (하찮은낚시)”, “이건희가 바보야. 그냥 목사질을 했으면 이재용한테 간단하게 넘겨줄 수 있는 것을 (악의 축)”, “한국 교회는 사기업이라니까. 그러니 악착 같이 세습시키지. 이런데도 세금은 안 내겠다고? (Moonlighting)” 등등 송곳과 같은 비판이 넘쳐났다.

- 인류 역사에서 500년 이상 존속된 국가나 왕조가 흔치 않은 것은 사람이 나이 들어 노쇠하듯 국가도 오래될수록 쌓이고 쌓인 적폐가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올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교회의 건강을 사람에 빗대어 따져본다면 ‘교회 세습’은 말기 암에 해당하는 병증이다. 성경적 가르침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교회의 세속화·사유화·기업화, 목회자의 타락, 교인의 도를 넘은 목사 신봉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교회 세습’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이 필요할 만큼 타락했던 500년 전의 교회, 그리고 오늘의 한국 교회…. 다시 개혁의 사이클이 돌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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