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평가 vs 인기투표 변질

대전지방경찰청이 올해 특별승진 심사에서 전국 최초로 경찰관 104명으로 심사단을 구성해 운영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특진심사 방식에 대해 “인기투표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반응과 “많은 경찰들이 참여해 공정했다”는 긍정적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19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 104명으로 구성된 심사단이 지난 13일 진행된 특진 심사에서 특진 후보자에 대한 공적(서류)·면접 심사를 했다. 통상 특진 심사는 5명 정도의 심사위원회 위원들이 심사하는 것이 관례지만 대전청은 104명의 심사단을 추가로 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위원단 구성에는 대전지방경찰청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인사계는 앞서 심사단 공고를 내 신청자를 받았고 경찰은 315명의 심사단 신청자 중 104명을 선발했다.

유례없는 심사위원단 구성을 한 대전청은 신청자들의 점수 몰아주기 방지와 특진심사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나름의 방안을 냈다. 각 경찰서 과마다 1명, 지구대·파출소당 1명, 지방청 과에서 2명을 공개 추첨했다. 또 특진심사자의 서류에서 이름과 직급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는 모두 가렸고 특진 후보자에 대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했다. 대전경찰에 따르면 심사단이 면접 채점한 점수 가운데 최고점 5개, 최하점 5개를 뺀 점수의 평균을 내 최종 순위를 냈다. 104명의 심사단이 낸 1순위자 10여 명은 지난 15일 발표된 최종 특진자가 됐다. 면접결과가 고스란히 심사결과에 반영됐다는 게 대전경찰의 귀띔이다.

이 같은 대전경찰의 특진심사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많은 경찰들이 참여해 공정했다’는 호평과 ‘심사의 전문성이 없는 인기투표였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한 일선 경찰은 “많은 경찰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블라인드로 시험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한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또 다른 일선 경찰은 “특진은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평가할 수 없음에도 이 같은 인기투표 방식으로 진행한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며 “숨어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소외당할 수 있다. 저녁 때 술 많이 마시러 다니는 사람이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특진제도 방식에 대해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공정하고 특별한 공적을 가진 경찰을 선발해야 하는 심사가 자칫 대국민문자투표로 우승자를 선발하는‘슈퍼스타K’ 같은 인기영합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여러 지방청들이 특진제도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대전경찰의 특진제도는 슈퍼스타K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특진 승진자는 특별한 공적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단순히 인기가 많은 사람이 아닌 (전문심사를 통해) 공적이 특별한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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