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 문의면 대통령 별장 청남대

“대통령이 네 친구냐! 함부로 이름을 부르고…”“임금님 없는 데선 임금님 욕도 한다는데 뭐 어때.”청남대를 찾은 관광객들 사이에선 너털웃음소리와 함께 이런 대화가 종종 오가는 데 여기에는 추상(秋霜)같은 나랏님이 머물던 성역을 마음껏 밟게 된 범인(凡人)들의 특별한 소회가 담겨 있다.대통령 별장, 청남대는 5공 정권이 들어선 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다 빼어난 주변 경관에 매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건립이 추진됐다.1983년 6월 착공, 6개월만인 그 해 12월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지어진 이곳의 준공 당시 명칭은 영춘재(迎春齋)였으나 1986년 7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의 청남대(靑南臺)로 바뀌었다.역대 대통령들은 여름과 명절 휴가 등 매년 4∼5회, 많게는 7∼8회씩, 2003년 4월 개방되기 전까지 20여 년간 4명의 대통령(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 총 88회 400여 일을 청남대에서 지냈다고 한다.아늑하고 호젓한 분위기의 청남대는 휴양 중에도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완벽한 시설을 갖춤은 물론 대통령 경호실 소속 338경비대 250여 명의 병력이 4중 철책 경계로 관리해 왔다.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이었던 청남대 개방을 실행, 2003년 4월 18일을 기해 충북도로 관리 주체가 이관됐다.올해로 개방 7주년을 맞은 청남대 입구에는 ‘대청호와 청남대를 주민의 품에 돌려주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문의주민 5800명이 돌 한 개씩을 모아 고마운 마음을 탑으로 쌓아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돌탑이 서 있다.이 돌탑은 20여 년간 청와대 제2집무실 기능을 했던 청남대가 민간의 품으로 돌아온 날을 기념해 청원군 문의면 주민과 문의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세웠다. 청남대 주봉인 장군봉과 주변산의 모형을 본떠 조성된 돌탑에는 문의면 32개 마을명이 새겨져 있다. 돌탑을 보면 과거 범접할 수 없는 권세와 위엄의 상징이었던 청남대가 한층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또 이젠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왠지 모를 연민과 애틋함이 느껴졌다.노 전 대통령은 개방 하루 전인 2003년 4월 17일 이곳을 찾아 골프를 즐기고, 자전거로 경관을 둘러본 후 본관 앞 정원에서 삼겹살 만찬을 했고, 이튿날 2002년 충북 오송바이오엑스포 공식 수종(樹種)이었던 마가목으로 기념 식수를 한 후 청원군민 1000여 명을 초청해 청남대를 충북도로 이양하는 행사를 가졌다.청남대 본관에는 대통령과 그 가족, 친지들이 사용했던 접견실, 거실, 침실, 이·미용실, 식당 등이 개방 전 모습 그대로 공개돼 있어 베일에 가려있던 비밀스런 공간을 몰래 엿보는 듯한 묘한 감정이 든다.본관 앞 정원에서 오솔길을 따라 350m 정도 산을 오르면 오각정에 다다른다. 또 본관 정문을 나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양어장이 있다. 양어장에서 호반산책로로 1.2㎞를 걸으면 오각정과 만날 수 있다.청남대 입구 왼쪽 언덕길에 마련된 대통령 광장에는 청와대·백악관·버킹엄궁 등 세계 9개 국의 대통령궁·왕궁이 새겨진 타일 벽화를 배경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청동상이 설치돼 있다. 청남대의 사계(四季)를 담은 사진과 역대 대통령 기념사진도 감상할 수 있고, 860m의 마사도로(마사토로 조성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함)와 낙우송(落羽松) 가로수를 걸으며 영욕을 뒤로 한 채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전두환 전 대통령, 골프를 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조깅을 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자전거를 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조우할 수 있다.청남대에선 개방 이후 울트라 마라톤대회, 합기도 경연대회 등 매년 다채로운 축제 및 문화예술공연이 열린다. 9홀 규모의 골프장(5만 4500㎡)은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산책코스로 활용됐고, 헬기 2대가 이·착륙할 수 있는 규모의 헬기장(4463㎡)은 축구, 국궁, 양궁, 배구, 야구, 게이트볼 장으로 이용됐다.2007년 10월 대통령 역사문화관이 확장 개관했고, 2008년에는 하늘정원과 호반산책로, 지난해에는 음악분수가 청남대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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