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배재대 비서팀장·전 대전일보 기자)

 

아들! 화도 나고 어이없기도 하지? 왜 나에게만, 아니 우리들에게만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고 겪어야 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을 거야. 인터넷에서 99년생 수난사가 줄을 잇고 있는 것도 봤지. 신종플루와 세월호 참사, 메르스, 포항 지진 등 유행성 질병과 참사, 천재지변을 나열하며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여행과 체험학습도 제대로 못가고, 수능 24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험일이 연기됐다고 호들갑이야. 더구나 교육정책마저 고비 때마다 바뀌는 바람에 초등학교 때는 역사 과목이 배우지 않았는데도 없어지고, 중학교 때는 집중이수제로 몰아치기 수업을 하고, 고등학교 때는 수능 영어절대평가가 처음으로 도입됐다며 그야말로 불운의 출생연도라고 일방적인 판정을 내리고 있어. 이 모든 것이 세기 마지막 해에 태어나 삶의 과정에 지속적으로 ‘밀레니엄 버그’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먹이는 사람마저 있지.

그렇지만 아들은 알거야! 이 세상은 매년 크고 작은 사건이 수없이 발생하고 사회변화에 따라 제도도 수시로 바뀐다는 것을. 한 예를 들어볼까. 띠 동갑인 75년생 선배들은 학력고사가 수능으로 바뀐 첫 세대이고, 수능 시험도 지금과 달리 8월과 11월 두 번이나 치렀어. 남자들은 입대와 관련된 신체검사 판정이 강화돼 1년 선배인 74년생은 4급을 받으면 보충역으로 18개월만 복무하면 됐는데, 75년생은 현역으로 가서 26개월 만에 제대를 했지. 더구나 대학 4학년 때인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가 터져 취업한파가 몰아쳤어. 이것만이 아니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별별 사례가 줄줄이 나와. 본고사 폐지와 과외금지 첫 세대로 누구보다도 대학입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80학번, 우리나라 정치사에 대변혁이 일어난 해에 입학해 민주화를 고스란히 경험한 87학번, 새로운 세기의 문을 연다고 법석을 떨었던 밀레니엄 세대 00학번 등등 의미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사건과 변화란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데 모든 세대는 자기들만 힘든 시기를 겪어낸다고 말하고 있어.

물론 지금 겪고 있는 것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야. 더구나 아빠 세대는 더 큰 일도 겪어냈으니 묵묵히 참아내라고 말하지 않겠어. 더구나 수험생 모두가 겪는 일이니 담담히 넘겨보라고도 않겠어. 다만,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는 거야. 오히려 이번 일은 분명히 소중한 추억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보통 군대 갔다온 남자가 기회만 되면 군대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평생 울어먹듯이, 아들에게도 지금의 상황이 ‘역사적인 고교시절’로 각인돼 당당히 말할 때가 있을 거야. 어느 세대도 겪어보지 못했고,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슬기롭게 이겨낸 유일한 세대가 될 것이니까. 이번 수능연기 조치가 당장은 좀 혼란스럽고 좋은 점수를 받는데 불리하거나 유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러한 큰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분명히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려운 일을 한번 겪어봤으니 인생에서 좀 더 복잡하고 황망한 일과 맞닥쳐도 충분히 헤쳐나 갈 자신감이 생길 것 같잖아.

아들을 비롯해 99년생 모두가 이틀 앞으로 다가 온 수능시험을 멋지게 치러낼 것으로 믿어. 너희들은 수능 준비가 부족할 것 같아 1주일을 더 부여받은 특별한 세대이잖아~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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