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광역행정이 도민들의 ‘집단민원’에 가로막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내포신도시 입주민들에게 열을 공급하기 위한 집단에너지시설 설치사업은 사용연료 유해성 논란으로 거센 주민 반발에 부딪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도민 인권 보호를 전면에 내건 ‘충남인권조례’는 특정종교를 중심으로 뭉친 도민들의 조직적인 폐지 요구에 발목을 잡혔다.

도는 내포신도시 주민들이 집단에너지사업의 하나인 열병합발전에 쓰이는 고형폐기물연료(SRF)가 환경문제를 유발한다며 들고 일어서자 액화천연가스(LNG) 등 청정에너지 전환으로 방침을 바꿨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정책으로 ‘탈(脫)원전·탈석탄’이 떠오른 것도 입장 선회의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급기야 집단에너지사업 시행사 내포그린에너지는 정부의 후속 인·허가(공사계획 인가·승인) 지연으로 자금사정이 악화하고 있다며 20일 열공급 시설공사를 포함한 모든 공사를 6개월간 전면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공사에 들어간 LNG 열전용보일러는 1년 만인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90% 이상 공정률을 보이고 있었다.

업체 측은 또 앞서 9월부터 시행 중인 난방·급탕용온수 온도하향 조처(1단계비상운전)를 공공·업무시설 제한공급(2단계)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내포지역 공공기관과 공동주택에 자체적인 열사용량 절감과 열공급밸브 조정을 요청한 것이다.

내포그린에너지 관계자는 “시공사에 500억 원 이상의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혹한기 난방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미리 공공·업무시설 제한공급과 입주민의 자발적인 열사용 감축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행정부작위(공사계획 승인·인가 미처리)에 대한 의무이행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도는 청정에너지 방식이 가능한 다른 ‘대체사업자’를 물색 중이다. 집단에너지사업의 핵심 당사자인 업체와 당국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이와 함께 ‘충남도 도민인권 보호·증진에 관한 조례’는 제정 5년 만에 폐지 위기에 몰렸다.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며 폐지운동을 주도한 충남기독교총연합회는 17일 8만여 도민의 서명부를 도에 제출했다. 도는 청구인명부 열람과 이의신청 과정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서명부 정리·입력에 필요한 수십 명의 아르바이트 인력을 동원하고 별도의 사무실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다. 앞으로 열릴 조례규칙심의회에서 서명 요건과 청구대상 제외사항 여부 등을 검토해 도의회 부의 또는 청구 각하를 결정해야 한다. 조례폐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도의회 몫이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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