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문화가 바뀌고 있다. 담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거다. 담뱃세 인상과 경고그림 삽입 등 일반담배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기보단 대안을 선택하면서 일반담배와 흡사하지만 냄새가 거의 없는 궐련형 전자담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연초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반출량이 7000만 갑을 넘어섰다. 지난 4월 10만 갑이었던 반출량은 6개월 만에 2070만 갑을 넘어서면서 207배 폭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연초의 누적 반출량은 올 들어 10월까지 7190만 갑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담배 누적 판매량은 29억 1300만 갑으로 지난해 30억 5900만 갑 대비 4.8% 감소했다.

일반담배에 비해 냄새가 덜 난다는 이유로 많은 흡연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타고 있는 가운데 KT&G도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을 출시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더불어 젊은 층 사이에선 가향담배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향담배가 전체 담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 보고서 등에 따르면 국내 담배시장에서 가향담배 판매 비중은 2012년 7%, 2013년 9.8%, 2014년 13.2%, 2015년 17%, 지난해 19.4%로 매년 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과일향 등의 향이 가미된 가향담배는 30여 종에 달한다.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가장 강력한 금연 규제인 담뱃세 인상과 경고그림 삽입을 추진했지만 흡연율은 담뱃세 인상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이고 수요가 궐련형 전자담배와 가향담배 등으로 이동하자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가향담배 규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담배맛을 순화한 가향담배는 흡연자들이 연기를 더 깊게 빨아들이는 만큼 그 속의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수해 중독은 물론이고 암 발병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식약처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담배 첨가 성분을 단계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에 입법 추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은 담배 맛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성분을 제한 또는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선 이미 관련 세금을 일반담배 수준으로 올리는 수순을 밟고 있다. 식약처는 올해 안에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결과도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궐련형 전자담배나 가향담배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일반담배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에도 흡연율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연하기보단 현실적으로 흡연 2차 피해를 줄인다는 명분을 찾아 흡연문화가 이동하는 모양새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흡연자 입장에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흡연냄새 걱정을 씻어주는 일반담배 대체재 등장이라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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