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매수심리 계속 떨어져…매도인 '버티기' 모드 돌입도

<속보>=양도세 중과와 기준금리 인상 등이 임박한 가운데 세종의 매도인과 매수인 간 샅바싸움에서 매도인이 우선 한 수 접었다. 일부 아파트의 호가(呼價)가 점차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실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매수인의 관망이 길어지면 매도인이 오히려 버티기에 돌입할 수도 있다. <본보 2일자 9면 보도>

20일 세종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세종의 일부 아파트 호가가 하락했다. 현재 매물로 나온 전용면적 84.94㎡인 아름동 대우푸르지오는 3억 3000만~3억 5000만 원이다. 3억 7000만 원을 형성했던 이달 초와 비교하면 약 2000만~4000만 원 떨어졌다. 이달 초 3억 7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던 전용면적 84.99㎡인 고운동 신동아파밀리에는 현재 3억 2000만 원을 형성 중이다. 이 외 다른 아파트 역시 최근 가격이 소폭 내렸다.

이처럼 세종의 일부 아파트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가 내려간 건 양도세 부과에 대한 부담감이 큰 매도인과 기준금리 인상 임박에 대한 압박이 작용하는 매수인 간 치킨게임에서 매수인이 기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8·2부동산대책을 통해 1세대 3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를 최대 60%까지 부과하는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기로 했다. 결국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선 자금력이 약한 매도인은 호가를 내려 주택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매수인은 비교적 저금리로 주택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빨리 매매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결국 호가를 두고 관망세가 지속됐는데 계속된 거래절벽 현상으로 매도인이 한 수 접은 거다.

특히 가을 이사철에도 지난달 세종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216건으로 전월(300건)보다 무려 28%나 떨어졌다. 가을 이사철이 종료를 앞뒀기 때문에 이달 거래량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매도인은 한 차례 더 호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세종의 매수심리 역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수심리를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는 세종의 경우 지난달 기준 65.2였으나 이달 들어 55.2로 10포인트 떨어졌다. 매수인이 매수시장에 적극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들은 자금력이 약한 다주택자의 부담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매도인의 높은 콧대가 꺾이긴 했지만 매수인의 희망대로 호가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긴 힘들어 보인다. 양도세 중과는 양도를 하지 않으면 세금을 낼 일이 없기 때문에 매도인은 오히려 매물을 숨길 수 있어 버티기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세종은 행정안전부 등 공공기관 이전이 점차 가시화되는 등 투자 가치가 여전히 높아 추후 가격 상승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굳이 수천만 원의 호가를 내릴 이유가 없어진다.

세종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결국 매도인이 아파트 호가를 내리긴 했으나 거래가 여전히 되지 않을 경우 매물을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에서 아파트를 갖고만 있으면 가격 상승은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이럴 경우 매수심리는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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